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선 지난해 11월 시범 운행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택시처럼 호출해 탈 수 있다. 자율주행 업체인 42dot과 SWM은 각각 3대와 1대의 자율주행차를 상암동에서 운영 중이다. 최근 서울시가 아이엠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진모빌리티와 'SUM(에스유엠)'에 추가로 면허를 발급하면서 더 많은 자율주행차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정말 상암동을 달리는 걸까. 지난 21일 상암동을 방문해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를 직접 탑승해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인 모습. /이유정 기자

자율주행차는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 요금은 1회당 2000원(기본료+운행료 포함)이었다. 이동 거리나 탑승객 수와 상관없이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앱에 등록한 카드로 2000원이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이날 오후 1시 55분쯤 예약 버튼을 누르자 42dot에서 운영 중인 기아 니로 EV 자율주행차가 배치됐다. 배차는 바로 됐지만 차량이 언제 도착할 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배차가 이뤄진 지 10분이 넘도록 도착 예정 시간이 '4분'이라고 표시됐다. 자율주행차는 교차로를 돌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차량 외관에는 거리와 방향, 각도 등을 감지하는 카메라와 레이더가 부착돼 있었다. 지붕에는 총 7개의 카메라가 탑재됐고, 범퍼에는 5개의 레이더 센서가 내장됐다. 카메라와 레이더는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자율주행차 뒷좌석 문을 여니 '세이프티(Safety) 드라이버'가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조수석에는 승객이 탈 수 없었고 뒷좌석에는 최대 2명까지만 탈 수 있다. 탑승하자마자 좌석 앞에 있는 작은 모니터에 전화번호 뒷자리를 입력하고 '주행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드라이버의 "주행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운행이 시작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차를 탑승할 수 있는 정거장./이유정 기자

운행 노선은 '상암A01′과 '상암A02′ 2개로, '상암A01′노선은 42dot의 기아 니로가, '상암A02′노선은 SWM의 기아 카니발이 담당한다. '상암A01′노선은 DMC역∼에스플렉스센터∼서부면허시험장∼상암월드컴파크 7·5단지∼상암파출소∼DMC역 구간으로 총 5.3킬로미터(㎞)다. '상암A02′는 DMC역∼휴먼시아아파트∼누림스퀘어∼DMC첨단산업센터∼MBC∼SBS∼DMC역 등 4㎞를 순환하는 노선이다.

주행은 3㎞ 구간을 10여 분간 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속도는 최대 50km로 제한됐고, 도로 상황에 따라 차량이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도로를 달렸고 도로가 한산한 편이었던 탓인지 비교적 부드러운 주행감을 소화해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제한된 경로 내에서만 이동하다 보니 도로주행을 연습하는 운전면허 수험생 차량을 탄 느낌이었다.

주행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자율주행이 아닌 수동운전으로 드라이버가 직접 운전했다. 우회전 구간을 50미터 정도 앞두고서는 방향지시등을 켰다. 이후 시속 15~25km 정도로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우회전했다. 차체가 좌우로 조금 흔들리긴 했으나, 몸이 쏠릴 정도는 아니었다. 뒤에서 다른 차량이 빠른 속도로 따라붙을 때는 스스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운행이 다소 천천히 진행되는 탓에 택시를 타면서 종종 느끼는 '난폭운전'에 대한 불안감은 들지 않았다.

출발점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앞에 도착하니 오후 2시 20분이었다. 총 5.3㎞를 달려오는 데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인 모습./이유정 기자

이날 자율주행차를 운행한 드라이버 곽모(49)씨는 "신호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을 받아 처리하기 때문에 초 단위로 신호체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보수적으로 프로그램을 세팅해 놨기에 무리하게 진입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42dot의 자율주행차는 '레벨4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 이는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레벨4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5는 차체에서 운전대를 제거한 것이다. 다만 상암동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구간과 코스를 왕복하는 '셔틀'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레벨4′의 기술력을 체감하기엔 아쉬웠다.

자율주행차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차량 운행 학습능력이 점점 개선되는 만큼 더 다양한 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42dot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차선을 판단하고 사람처럼 선호하는 차선도 생길 것"이라며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해 노선 확대는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