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보건교사가 가정통신문 게시판에 남성 혐오 게시물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사과글만 올린 채 해당 교사에 대한 별다른 징계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교가 이 문제를 쉬쉬하려는 분위기라면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남성혐오 표현이 담긴 가정통신문./독자 제공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보건교사 A씨는 학교 홈페이지 가정통신문 공지란에 본인이 활동하는 온라인 게임(그랜드체이스) 동호회 만남 일정을 안내하는 글을 가정통신문 형태로 패러디해 게시했다.

해당 문서에는 동호회 일정이나 내용뿐 아니라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2년 4월 아르테미스 여성길드 소모임 안내’로 시작하는 해당 문서엔 “아르테미스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항상 그랜드체이스에 남혐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라고 적혀있다.

A씨는 다음날(19일) 문제의 게시물을 다른 게시물로 바꿔 올렸지만, 학생과 학부모, 다른 교직원들은 이미 문제의 게시물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지난 19일 게시된 학교 측 사과문./ 독자 제공

학교 측은 “부적절한 가정통신문 발송으로 학부모님들께 깊은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교직원에 대한 행정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직원 연수 및 학교장 결재를 득한 문서로만 안내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A씨는 소속 부서 상사에게 ‘가정통신문 업로드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파일을 잘못 보냈고, 직원이 이를 그대로 올려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직원은 “학생들이 해당 사건으로 적잖이 놀란 것 같다”며 “아이들이 해당 가정통신문을 인쇄해 칠판 앞에 붙여 놓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다른 교직원들까지 학생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는 보건교사의 실수가 아니라 해킹을 당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학생 김모(16)군은 “학생들 단톡방에서도 사진이 다 돌았는데 선생님들은 해킹당했다고만 하고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학생 이모(15)군 역시 “놀라고 황당했지만, 선생님들이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며 “부모님도 보셨는데 ‘가정통신문 올리는 데 왜 그런 게 올라오냐’고 말하셨다”고 말했다.

학교는 사과문을 통해 담당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조선비즈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보건교사 A씨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