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골목에는 동전이나 지폐를 넣어서 사용하는 무인 세탁소가 빼곡했다. 골목 한 곳에만 네 개의 무인 세탁소가 줄지어 있었고, 무인 세탁소마다 빨랫감을 넣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반면 주인이 자리를 지키는 동네 세탁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장희영(26)씨는 “원룸에 거주하다 보니 빨래를 말릴 공간이 협소해 무인세탁소에서 빨래 후 바로 건조까지 완료해 집에 가져 간다”며 “세탁소에 맡기면 기간이 오래 걸리고 카드를 받지 않는 점 등이 불편해 무인 세탁소만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탁업에서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동네 세탁소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세탁업 인허가를 신청한 건수는 393건이었고, 폐업은 1604건을 기록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무인 세탁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동네 세탁소 폐업이 증가한 영향이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세탁소 전경./이유정 기자

실제 무인 세탁소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표적 프랜차이즈 세탁업체 ‘크린토피아’는 전국에 135개의 세탁 지사와 31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배달과 수거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코로나 이후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워시스왓·런드리고 등 세탁서비스의 주문 수도 늘고 있다. 워시스왓은 문 앞에 빨랫감을 두면 세탁 후 다시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런드리고도 무인세탁서비스를 제공하며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시스왓는 올해 초 주문 수 100만건을 돌파했고, 런드리고는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기록했다.

입지가 좁아진 동네 세탁소들은 드라이클리닝이나 수선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연희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장 김모(62)씨는 “세탁물을 맡기는 손님은 2~3년 전부터 확연히 줄고 바지 단이나 허리를 줄이는 수선 고객이 그나마 꾸준히 온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모(59)씨는 “양복이나 양장 수선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배달을 안 하고 고객들이 직접 찾아가다 보니 코로나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30년 넘게 세탁소 운영 중인 김모(67)씨도 “인력도 부족하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세탁물을 직접 수거하고 배달까지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세탁업체에 비해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비대면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폐업하는 세탁소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산업이 무인 기계화·비대면 체계로 전환되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결국 인건비 문제인데, 새로운 직원을 구하거나 자동화에 편승하는 것 말곤 선택지가 없어 앞으로 폐업하는 세탁소는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