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등 강력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던 경찰이 대안으로 내놓은 '한국형 전자충격기'가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기존 테이저건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단발사격이 연발사격으로 개선되면서 현장 대응력은 한층 나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선 경찰관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통해 숙련도를 갖출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서울·경기·인천 일부 지구대·파출소에 개발 완료된 한국형 전자충격기 100정을 배포해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운영은 오는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확대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아직 현장에서 발사된 사례는 없다.
기자가 직접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쏴보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새 전극침 2개가 고정된 표적지로 날아갔다. 의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소음은 군대에서 사용되는 일반 소총과 비교해 훨씬 작아 귀마개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100미터(m) 이내에서는 누구나 총포류가 발포됐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게는 380그램(g)으로 기존 테이저건보다 한층 가벼워졌지만 반동은 느낄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장난감 총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정도다. 시민들에게 노출돼도 공포심을 느끼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전극침 2개를 발사한 뒤 방아쇠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전극침에 연결된 와이어를 통해 40~45밀리암페어(㎃)의 전류가 흐른다. 현행법상 전자충격기는 50㎃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 50㎃의 전류가 인체에 흐르게 되면 근육 수축 등 통증을 느끼고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한국형 전자충격기에서는 기존 테이저건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단발사격이 3연발 사격으로 개선됐다. 기존 테이저건은 1발을 쏘고 빗나갈 경우 카트리지를 직접 교체해 다시 장전을 해야 한다.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거나 경찰관을 위협하려 달려드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방아쇠를 당겼다 놓으면 약실이 회전하면서 전극침에 연결된 와이어를 잘라내고 자동 장전이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버튼을 누르는 등 추가 동작 없이 방아쇠를 다시 당기기만 하면 바로 사격이 가능하다. 긴급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조준 레이저 포인트가 늘어나면서 정확도는 더 향상될 전망이다. 보통의 전자충격기는 전극침이 2개 발사된다. 피의자 몸에 박힌 2개의 전극침 사이에 전류를 흘려보내 제압하는 방식이다. 발사체가 2개이므로 조준 레이저 포인트도 2개여야 하는데, 현재 한국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테이저건의 조준 레이저 포인트는 1개뿐이다. 나머지 1발이 어디로 발사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격이 이뤄져 왔다.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조준 레이저 포인트를 발사체 수와 동일한 2개로 늘려 더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일선 경찰관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인터뷰를 해보니 기존 테이저건의 불편함이 개선돼 강점이 많은 장비라고 한다"면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형 전자충격기가 일선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훈련을 강화하는 등 현장 경찰관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기자가 고정된 표적지를 대상으로 수차례 연습해본 결과 자세가 흐트러지면 생각했던 지점과 다른 곳에 전극침이 발사됐다. 긴장된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길 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 발포 순간 조준점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표적지 바깥 쪽을 맞출 뻔한 적도 있었다. 피의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실제상황을 가정한다면 몇 차례 훈련만으로는 긴급상황에서 완벽한 대응이 어려워 보였다.
경찰은 지금껏 테이저건 훈련을 연 1회 실시해 왔다. 작년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격훈련은 희망자에 한해서만 실시했고, 그 결과 테이저건 훈련 이수자는 7만여명 중 10%에 불과했다. 경찰은 올해 테이저건 정례 훈련을 연 2회로 늘릴 방침이다.
경찰은 한국형 전자충격기가 본격 운용되면 예산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테이저건 카트리지는 1발당 약 4만원이지만,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3발에 5만원 수준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훈련이 가능한 셈이다.
충전식으로 개발된 점도 장점이다. 기존 테이저건 배터리는 1회용이어서 배터리를 소모하면 추가 구매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 반면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일반적인 휴대전화 배터리처럼 충전해 사용이 가능하다.
개발을 주도한 김범진 인포스테크놀러지 대표는 "현장 경찰관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며 "향후에도 경찰관들의 의견을 들어 안전하게 피의자를 제압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버전을 고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