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6시쯤 경기 안양시 호계동의 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어디선가 수백명이 몰려와서 건설현장 입구를 막아섰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이 꼭두새벽부터 모인 건 한국노총 소속 철근팀 근로자들의 현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건설현장에 진입하려는 한국노총 조합원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노총 조합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몇몇 노조원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양측은 폭행 혐의로 서로를 고소·고발하며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형틀팀장 차모씨 등 조합원 3명에 대해 특수폭행 및 공동상해 혐의로 경기 안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현장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도 지난 5일 한국노총 건설노조 수도권 남서부지부 조직부장 이모씨 외 4명에 대해 특수폭행·공동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민주노총은 이들이 몸싸움에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양대 노총의 세력 싸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 중서부지부 조합원 400여명이 민주노총 탈퇴 후 한국노총으로 넘어오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소속 조합원만 채용하라고 사업자에 강요하면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를 위한 지극히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폭행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타 노동조합을 건설현장에서 몰아내는 비민주적인 행위"라면서 "현재 우리 조합원 일부가 입·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재발이 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양측의 공방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보고 있다. 민주노총이 타 노조 조합원의 채용을 막기 위해 현장을 점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어떤 결론을 낼지에 따라 다른 건설현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노총 세력이 워낙 크고, 투쟁을 내세워 현장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양측 노조 피고소인 모두 아직 입건은 되지 않은 상황으로 관계자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 확진 등으로 연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