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의미하는 치명률이 4%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체계나 전용병상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장애인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부터 제출받은 ‘월별 코로나19 확진된 장애인 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만3394명이다. 장애인 코로나19 사망자는 같은 기간 500명으로 치명률은 3.7%를 기록했다. 작년 12월보다 0.33%P 증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이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인수위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비장애인 확진자는 지난 1월 말 기준 총 84만5709명, 사망자는 1420명으로 치명률은 0.16%에 그쳤다. 장애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비장애인 치명률에 비해 23배 정도 더 높은 셈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치명률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로 정부가 중증장애인 확진자를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취급하는 등 대응 체계가 허술한 점을 꼽고 있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재택치료를 받는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재택치료 도중 증상이 악화돼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척추 희소 질환 장애를 가진 A(48)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이달 12일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재택치료를 받다가 증세가 악화됐다. 유족들은 입원 치료를 신청했지만, 보건당국에서 돌아온 말은 “남아있는 병상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상태가 심각해진 A씨는 병원을 전전하다 응급실에서 끝내 숨졌다.

장애인 단체는 A씨처럼 병상이 없어 응급실을 돌다가 사망한 집계되지 않은 장애인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역당국에서 내놓은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통계가 지방자치단체의 기초역학조사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탓에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방역당국에서 내놓은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통계가 잘못된 경우도 있었다. 앞서 방대본은 이달 14일 2020년 11월에서 지난 1월까지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가 8897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망자는 315명으로, 치명률은 3.5%였다. 하지만 이는 전월에 발표한 2020년 11월에서 지난해 12월까지 집계된 장애인 확진자 9943명, 사망자 335명보다 줄어든 수치였다. 시간은 지났는데 사망자는 줄어들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잘못된 통계였다.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사는 “장애인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치료·돌봄 공백을 느끼고 있는지 정부가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보여주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통계”라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통계를 따로 내고 있는데, 복지부와 질병청은 시스템상 장애인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없어 통계를 낼 수 없다고만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실태를 빨리 파악하고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