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발찌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차고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으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를 맹신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며 성범죄자 교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조선DB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 대상자의 성폭력 재범 사건 수는 2017년 66건, 2018년 83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19년 55건, 2020년 41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6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 중 하나는 대상자가 이동이 허용된 범위 내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강윤성(57)이 전자발찌를 끊기 전 피해자를 살해한 장소는 강씨의 자택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법무부의 허술한 관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전자발찌 대상자의 성폭행 재범은 주거지 1㎞ 이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주거지 기준 재범행 장소와 거리 100m 이내 재범 건수는 106건이고, 100~500m 이내는 29건, 500m~1㎞ 이내 26건이다. 전자발찌 부착자 주거지 기준 1㎞ 이내에서 모두 161건이 발생한 것이다. 전체 재범 발생의 55%가량을 차지한다.

법무부는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자발찌의 재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내놓곤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전후로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전자발찌의 재질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 두 가지 장치를 사용한다. 하나는 거주지에 설치하는 재택 장치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상자가 24시간 발에 끼고 있어야 하는 전자발찌다. 재택 장치는 전자발찌와 연결돼 전자발찌 대상자의 귀가 여부 및 시점 등을 감시한다. 전자발찌에는 재택 장치, 위치추적관제센터와 연결되는 이동통신망, 정밀 GPS 등이 내장돼 있다. 또한, 스트랩 훼손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끊으면 경보음과 함께 위치추적관제센터에 보고된다.

법무부는 2008년 9월 전자감독제도를 시행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했다. 가장 최신형 전자발찌는 2020년 도입된 '7겹 스테인리스 전자발찌'다.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신형 전자발찌가 나와도 현장에 지급되기까지는 시차가 적지 않다. 강윤성이 차고 있던 전자발찌도 2018년형으로 구형이었다. 강씨는 절단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전자발찌를 절단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발찌 훼손자는 19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범죄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전자발찌가 재범을 방지하는 데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지금 정부가 교정시설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보안 처분은 전자발찌밖에 없다. 재범확률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조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발찌 감독 실시 사건 1만289건 중 접근금지 위반자는 856명, 외출금지를 위반자는 6239명에 달했다. 절반 이상의 전자발찌 대상자가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승 연구원은 형기를 채운 후 범죄자의 교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 연구원은 "범죄자마다 교정시설 내에서 도달하는 교화 정도가 모두 다르다. 범죄자들이 사회에 나오기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이들을 일정 기간 재교육하고 시간을 보내게 할 수 있는 교육시설로 보내는 보호수용제도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착용 이전에 교정시설 내부에서부터 범죄자의 교화를 책임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법무부는 교도소 내 교화프로그램에 대한 개혁과 개선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범죄자가 감옥에 있는 5년, 10년 동안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교정·교화 프로그램도 대폭 투자하고 관리 인원 재교육 및 확충에도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