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인근 상가 상인들이 생계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고 여파로 가게가 파손돼 영업을 할 수 없는 데다 실종자 구조가 마무리 돼야 피해 보상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사고 현장에 모여 실종자 구조 작업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당시 인근 상가에서 촬영한 영상/독자 제공

23일 화정아이파크 인근 상가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붕괴 사고 당시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붕괴 현장에서 10미터(m) 떨어진 상가 두 군데는 건물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전신주 변압기가 파손돼 콘크리트나 돌 같은 잔해물이 가게를 덮쳐 출입문이 파손되기도 했다.

상가에서 15년째 행사·축제 기획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엄청난 굉음이 들리고 사무실이 흔들려 처음에는 아파트가 차례로 다 무너지는 줄 알았다. 지진이 났을 때 책상 밑으로 숨으라고 하지 않나. 막상 닥치니까 얼어붙어서 아무 것도 못 했다”고 말했다. 종이 재단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사고 당시) 근처에서 직원들과 함께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도망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식품유통업 가게는 완전히 파손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붕괴해 무너져 내린 잔해가 가게를 덮쳐 유리창과 출입문이 완전히 파괴됐다. 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은 흙먼지로 뒤덮여 상품 가치가 없게 됐다. 가게 주인인 C씨는 “여기서 가게를 17년 간 운영했는데, 이런 위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코로나로 안 그래도 매출이 많이 떨어졌는데,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 자원봉사센터, 피해상가대책위원회 등이 설치돼 있다./윤예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화정아이파크 인근 상인들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실제 손해를 메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영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단골 고객을 잃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B씨는 “광주에 종이 재단 전문점이 우리 가게와 옆 가게 딱 두 곳이다. 거래처에서 매일 전화가 오는데, 우리도 미치겠다고 할 수 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어 “한번은 우리 말을 못 믿고 거래처 직원이 찾아오기도 했는데, 현장을 보더니 도리어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 역시 “관공서와 작업을 많이 하는데, 자료가 다 사무실에 있다. 2차 붕괴 위험 때문에 가지고 나오기가 어렵다. 작업용 컴퓨터도 한두 대가 아니다. 일이 늦어지면 신뢰가 깎이는데 걱정이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모두 붕괴 사고 현장과 가까운 길로는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콘크리트 잔해나 철제 조각이 자주 떨어졌기 때문이다. C씨는 “위에서 떨어지는 조각을 맞으면 크게 다칠 것 같아서 주민들은 빙 돌아서 다녔다. 큰 조각이라도 떨어지면 관계자가 황급히 주워가더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윤예원 기자

상인들은 보상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데 보상 이야기를 꺼내는 게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상인들은 수색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도리라고 입을 모았다. C씨는 “실종자를 모두 구출해야 우리가 말을 꺼낼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황이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많이 답답하지만 구조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는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현재 5명이 실종됐다. 지하 1층에서 발견된 실종자 1명은 지난 14일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달 24일부터 실종자들이 작업했던 지점으로 알려진 상층부 정밀 수색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