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백화점 명품 보석 매장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백화점 명품 보석 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매장에서 VIP 고객의 정보가 적힌 자료가 유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는 매장 직원인 A씨의 것으로, 재벌가(家)와 중견기업 오너 등 총 30여 명의 정보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는 고객들의 연락처, 주소, 생일 뿐 아니라 취미, 자녀 관계, 단골 식당 등 자세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A씨는 경력 15년의 30대 명품 보석 딜러로 재벌가 며느리, 홍콩 사업가 아내 등 VIP들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A씨의 다이어리에는 이들의 기념일이나 기피하는 색상, 친구 관계 등 그의 영업 기밀이 기록되어 있었다.

A씨는 지난 7월 한 명품 보석 브랜드로부터 스카우트돼, 지난달 1일부터 해당 브랜드가 입점한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매장 점장이 A씨가 가진 ‘VIP 리스트’를 요구하며 갈등이 생겼다. A씨는 ‘고객들의 사생활인 만큼 그들의 동의 없이 넘길 수 없다’고 거절했고, 그에 따르면 이후 점장의 주도로 직원들의 괴롭힘이 이어졌다.

출근 일주일 만인 지난달 8일, A씨가 점장 지시로 출장을 다녀오는 동안 직원들은 A씨의 다이어리를 몰래 꺼내 돌려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이어리 속 VIP 고객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백화점 내 다른 매장 직원들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다이어리에는 VIP 고객 정보뿐 아니라 해당 매장 다른 직원들의 개선점과 업무 방식에 대한 의견도 적혀있었다. A씨는 다른 직원과 말다툼을 하다가 ‘내가 당신 노트를 찍어서 다 공유했다’는 말을 듣고 유출 사실을 알았다. A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 의사를 밝히자, 점장은 당일 본사에 다녀온 뒤 곧바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12일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해당 다이어리를 꺼내 본 직원 1명을 입건했다. 매장 직원들은 처음에 ‘떨어져 있는 다이어리를 봤을 뿐’이라고 했다가, 압수수색 이후 ‘점장으로부터 다이어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같이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수색한 물품을 포렌식해 고객 유출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수사 중”이라며 “조만간 매장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포렌식 결과에 따라 처벌받을 대상이 달라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