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종로구 사직동 주택가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에 고양이 한마리가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골목길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상 동물보호센터의 구조 대상일까. 당연히 그럴 것 같지만 사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센터의 구조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동물보호센터의 구조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행위가 유독 많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동물보호법 13조는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는 동물보호센터의 구조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는 어미가 없는 생후 3개월 이하 고양이와 크게 다쳐 회복이 불가능한 고양이만 구조할 뿐 대다수의 길고양이는 구조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길고양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고양이는 본인 영역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센터에 데려오면 역으로 병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굳이 보호센터로 데려오지 않더라도 자기들 영역 안에서 장기간 생존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나 전문가들은 길고양이가 동물 학대의 대상이 되는 만큼 정부가 좀 더 나서서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2020년 992건으로 10년 새 1000%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중 상당수가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학대하고 설명한다.

지난달 17일에는 부산 사하구 한 산책로에서 길고양이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새끼고양이 2마리와 성묘 1마리 등이 긴 꼬챙이로 죽은 채 발견됐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당국이 보호센터 밖에서 길고양이들을 관리하기로 정했다면 길고양이들의 보건 상태를 현장에서 원활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의 동물관리관(Animal control officer)과 같은 시스템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지적했다. 동물관리관은 미국 각 카운티(한국 ‘구’에 해당하는 미국 행정 단위)마다 배치되는 동물 보호 특화 인력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경우 구청에서 동물관리팀 등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를 따로 섭외하는 게 아니라 일반 공무원을 해당 부서에 단순 배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며 “동물보호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미국처럼 현장에서 움직이는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