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8시 30분쯤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은 연휴가 끝나고 다시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 직장인들로 붐볐다. 같은 시간 고촌역에 설치된 측정기는 역사 안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이미 기준점을 넘어섰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출근길 직장인이 몰리는 1시간(오전 7시 30분~오전 8시 30분) 동안 측정한 고촌역 초미세먼지 평균 수치는 52㎍/㎥, 24시간 동안 측정한 평균 수치는 66㎍/㎥였다.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하 역사는 초미세먼지 수치를 5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출근 시간 고촌역 역사에서 질서 유지·안내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지금은 그래도 낮은 편"이라며 "출퇴근 인원이 최고로 몰리는 시간대엔 1시간 평균 수치가 7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고촌역에서 일하는 B씨도 "매일 KF94 이상 수준의 마스크를 쓰는데, 아침에 4시간 남짓 일하고 집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안쪽에 까만 먼지가 묻어있다"며 "이게 다 내 몸 안에 들어간다는 게 무서워 마스크 안쪽에 휴지를 접어서 덧대고 있다"고 말했다.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지하 역사의 초미세먼지 수치도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설계 과정에서 일일 이용률을 낮게 잡고 이에 기반해 환기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 근본적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김성원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지하철 역사 미세먼지 측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및 수도권 660개 역사 중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25개 역에 김포골드라인 지하 역사 9개 중 8개가 포함됐다. 구래역을 제외한 모든 김포골드라인 지하 역사의 8월 평균 초미세먼지 수치가 PM 2.5 기준 36㎍/㎥에서 75㎍/㎥ 사이에 들어가며 '초미세먼지 상태 나쁨'을 기록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지하역사 초미세먼지 8월 확정 자료에 따르면 하루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일수가 장기역은 13일, 운양역은 11일, 고촌역은 31일에 달했다. 고촌역은 한 달 내내 초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초과한 셈이다. 지난 2분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풍무역, 김포시청역도 8월에는 각각 16일, 15일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도권 내 다른 지하 역사는 오래된 곳이 대부분이다. 초미세먼지 농도 상위 25개 역사 중 1호선 역사는 8개, 4호선 역사는 5개, 5호선 역사는 3개, 2호선 역사는 1개였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호선, 4호선 등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환기량 부족으로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역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김포골드라인은 2019년 9월 28일 개통한 신생 노선이다. 개통 2년을 살짝 넘은 김포골드라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토록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부 관계자는 "작은 역사에 많은 사람이 과하게 몰린 결과 생긴 비산 먼지를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골드라인 관계자는 "설계 초기에 김포골드라인 하루 평균 이용률 최대치를 100%라 정했다면, 현재 하루 평균 이용률이 250%를 넘었다"며 "사람이 늘어난 만큼 환기 시스템을 더 오래 가동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아직 편성이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포골드라인을 매일 이용하는 김포시민들의 건강이 걸린 문제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다. 지난해 경기도청이 김포골드라인에 미세먼지 검사를 나간 횟수는 역사당 1회에 불과했다. 올해도 1월부터 6월 사이 김포공항역사를 제외한 7개 지하 역사에 한 차례씩 방문한 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