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고기 식용 금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여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여기에 화답했다. 최근에는 월드컵 축구 영웅인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곡이었던 ‘개고기송’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개고기 식용 금지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서울 내 몇몇 시장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몇 십 년에 걸친 생업을 국가가 나서서 하지 못하게 막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이제는 정말 문까지 닫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개고기 도소매 가게의 모습. /이정수 기자

6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엔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장 입구에 위치한 개고기 정육점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이따금 이곳 정육점을 찾는 손님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사갈 뿐 개고기를 사지는 않았다. 문을 닫아 텅 빈 진열대만 남은 개고기 판매점들도 눈에 띄었다.

근처 청량리 전통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31년째 사철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배모(72)씨는 요즘들어 손님들이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최근 불거진 개고기 식용 금지 논란도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배씨는 인근에서 개고기 집을 운영하던 업주들이 하나둘씩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사철탕 집이 23개 정도는 됐는데, 이젠 그 반도 안 된다”며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로 개고기 도축업소들은 다 사라졌고 사철탕 식당들도 점차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개고기 유통 과정이 문제라면 그 부분을 개선하면 되지 왜 장사까지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20년간 사철탕 집을 운영했다는 이모(65)씨와 정모(55)씨 부부는 “사철탕 집이 반려견을 불법으로 잡아다 요리한다고 믿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오해”라며 “대부분의 애완견은 크기가 작아서 고기 수율도 좋지 않아 쓸 수도 없다”고 했다.

정씨는 이전부터 키우는 개와 먹는 개는 엄연히 구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우는 개를 먹는 건 있어선 안되는 일이지만 먹으려고 키우는 개는 상황이 다르다”며 “개를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되지 먹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13년간 사철탕 집을 운영했다는 최모(65)씨도 “다짜고짜 개고기 먹는 걸 금지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뭐 먹고 살아야 하냐”고 했다. 이곳에서 식사 중이던 60대 손님도 “수십 년 간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어왔다. 이제 하다 못해 먹는 것까지 나라가 금지하자는 거냐”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사철탕 업주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개 식용 금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위생법 제7조1항에 따라 고시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개고기와 관련된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법을 주장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철탕 업주 분들에겐 안타까운 마음은 갖고 있지만 현행법상 개고기는 ‘불법’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대표는 “굳이 불법으로 규정된 개고기를 합법으로 바꿀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며 “개고기 농장이나 시설 등에 대해 보상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불가피하나 개식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