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새우튀김 별점 갑질 사건을 당한 분식집 점주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생겼다. 이 점주가 이용한 배달 플랫폼은 쿠팡이츠였다. 유가족들은 쿠팡이츠가 점주를 보호하기는 커녕 별점 갑질을 하는 악성 고객의 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는 제2의 새우튀김 사건을 막겠다며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약관 개정을 통해 리뷰에 욕설, 폭언, 성희롱이 포함된 경우 신속하게 차단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용자에 대한 이용제한 등 제재 조치도 취할 수 있게 했다. 테러성 별점은 입점업체 평가 통계에 반영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번 조치는 10월부터 시행된다.
◇막아도 막아도 흘러 넘치는 허위 리뷰·별점 조작
과연 달라질 게 있을까.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테러성 별점이라는 구분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테러성 별점을 골라내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은 "단순한 평균으로만 계산되는 별점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서 유일무이한 평가 척도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별점이 가게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되는 상황 자체가 자영업자에게는 큰 스트레스이자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이츠에 앞서 허위 리뷰, 별점 조작과의 전쟁에 나선 우아한형제들이라고 상황이 다른 건 아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배달의민족에 허위 리뷰 사전 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뷰 작성 완료를 누르는 순간 허위 여부를 탐지하는 기능이다. 허위 리뷰로 판단되면 아예 노출 자체를 막는 기능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허위 리뷰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올해(9월초 기준)에만 20만여건의 허위 리뷰를 잡아냈다. 이원재 우아한형제들 서비스위험관리실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AI 모델이 학습해 탐지하는 리뷰의 수와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있다"며 "리뷰 어뷰징을 시도하는 조작업체를 특정하기 위한 신규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비즈 취재 결과 여전히 수많은 홍보·마케팅 업체가 대놓고 배달의민족에서 허위 리뷰를 작성해준다며 자영업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홍보하기까지 했다.
지금의 별점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별점 테러나 허위 리뷰 문제를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빼고 평균을 매기는 아웃라이어 방식이나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상호평가 같은 방식을 도입하거나 아예 별점이 아닌 장점만 평가에 쓰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인증 절차도 없는 카카오맵… 별점 조작 온상
아예 별점 테러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플랫폼도 있다. 카카오나 구글 같은 곳들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맵에서는 식당을 비롯해 다양한 가게에 대한 별점 평가를 남길 수 있다. 문제는 결제 후에 리뷰를 해야 하는 배달의민족이나 영수증 인증을 해야 하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맵에서는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구글맵의 별점 리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카카오맵 별점 리뷰는 온갖 허위 리뷰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경쟁업체를 겨냥해 일부러 악성 평가를 남기거나 재미삼아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산동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 점장을 맡고 있는 김모(25)씨는 "네이버에선 별점이 4.5점인데 카카오맵에서는 별점이 2.2점"이라며 "별점이 낮은 이유도 알 수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5)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가게를 오픈하고 한동안 별점이 높게 유지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카카오맵에서만 별점이 2점대로 떨어져 있었다"며 "주변에 물어보니 경쟁업체들이 일부러 카카오맵에서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카오에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직접 나서서 카카오맵 별점 리뷰를 직접 지우는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맵 리뷰만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까지 나왔다.
◇별점 없애는 네이버 시도에 주목
플랫폼업계에서는 별점 리뷰 자체를 없애기로 한 네이버의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나 구글, 우아한형제들 등 다른 플랫폼이 별점 폐지에 부정적인 가운데 유일하게 네이버가 별점 리뷰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별점 폐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다른 플랫폼들도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 7월 선보인 '키워드 리뷰'를 내년 1분기 중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키워드 리뷰는 별점 대신 이용자가 가게의 장점과 특징을 보여주는 키워드를 골라서 리뷰를 남기게 하는 방식이다.
이융성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 팀 책임리더는 별점 리뷰를 없애기로 한 이유에 대해 "오프라인 사업자는 인근 지역을 상권으로 삼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유입되는 고객 수가 비교적 한정돼 있어서 새로운 리뷰가 올라오기 힘들다"며 "유입되는 고객 수가 온라인과 비교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일부 악의적인 별점 테러 등이 이뤄졌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가 진행하는 방향은 별점을 뺀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 리뷰라는 새로운 기준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라며 "키워드 리뷰는 가게의 장점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