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 고충이 가중되는 가운데,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한 한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23년차 맥줏집 주인 A씨의 빈소의 지난 11일 모습. /연합뉴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으로 식당·일식 주점까지 식당 4곳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A씨(57)가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발견 며칠 전으로 추정됐고,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지난달 31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운영하는 가게는 몇 년 사이 식당·일식 주점 등 4곳으로 늘었다. 방송에도 소개되며 회식 장소로 인기였고, 연말이면 종일 단체 예약 연락만 받아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도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가 되며 차츰 지쳐만 갔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하루 10만원 아래로 속절없이 꺾였고 영업제한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운영하던 가게는 이미 몇 해 전에 100석 규모의 한 곳으로 정리했지만, 가게 월세와 직원 월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지속됐다고 한다.

A씨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웠다.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와있었다. 빈소에는 그간 고인과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A씨 옆에서 20년 동고동락한 김수만(45)씨는 연합뉴스에 “단체업소에 손님 2명만, 9∼10시까지 받으라고 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나”라면서 “탁상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2주씩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미루는 결정만 하면 되겠지만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또 “만날 ‘나라에 곳간이 빈다’고 하는데, 그러면 곳간을 채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급할 때 쓰려고 채우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는 안 망했지만, 국민이 다 죽는다면 곳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