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나드는 가운데, 오는 21일 진행되는 경찰 공무원 시험에 4만6000여명이 몰리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수험생들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지만, 경찰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험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오는 21일 치러지는 경찰 공무원 순경 공채 시험에는 4만3276명이 응시한다. 서울경찰청에서 선발하는 101단 공채에는 1498명이 지원했고, 경찰행정 경채에는 1664명이 시험을 본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4만6438명이 같은날 동시에 시험을 보는 것이다.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제378차 의무경찰 선발시험. /연합뉴스

서울에서만 1만715명이 관내 17개 중·고등학교에 모여 시험을 치른다. 학교당 평균 630명이 모이는 것이다. 경기남부에 5945명, 경기북부에 1601명, 인천 1668명 등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1만9389명이 모인다.

경찰 공무원 시험은 연고지와 관계없이 어떤 지역이든 지원할 수 있어 시험일 전후로 전국적인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대부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20~30대가 시험을 보기 때문에 방역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수만명이 이동하는 대규모 시험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험장이 방역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고, 혹여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자가격리자가 되면 필기시험 이후 치러지는 체력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공무원 수험생 A씨는 “코로나가 재유행하고 있는데 경찰청은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채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확산세가 줄어들 때까지 시험을 연기해 안전한 상황에서 시험을 보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집에 있어 달라는데, 시험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4월 4일 예정됐던 상반기 공채 시험을 약 2개월 뒤인 5월 30일로 연기한 바 있다. 같은해 하반기 시험 역시 2주 연기된 9월 19일에 치러졌다. 지난해 4월과 8월 일일 확진자는 세자릿수였다.

하지만 경찰은 시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던 지난달 12일에는 “시험 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일 확진자가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에도 시험 일정 변경 계획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시험을 연기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향후 시험 연기 가능성을 검토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타 부처에서 진행되는 시험을 고려하고, 질병청 등 지침을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시험 및 휴식시간에 수험자 간 거리를 1.5m 이상 유지하도록 안내하고, 본인 확인 외에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할 계획이다. 자가격리자는 별도 장소에서 특별시험을 실시하고, 확진자는 병원 또는 생활치료시설에서 시험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