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양천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디성단) 사무실을 찾았다. 디성단은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등을 찾아내서 삭제하는 곳이다. 지난해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차례 홍역을 겪었으니 이제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도 줄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최승호 디성단 긴급대응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지난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 사무실에서 만난 최승호 긴급대응팀장. /송복규 기자

최 팀장은 "국내 사이트는 쉽게 걸리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로 유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촬영물을 단시간 내에 올리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하는 등 교활한 수법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빠르게 처리해야 하다 보니 매 순간이 급박하다"고 했다.

실제로 디성단 업무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디성단이 삭제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만 1만1912건에 달한다.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8010건을 합치면 6개월 동안 디성단이 찾아낸 영상만 2만건이다.

속도가 생명인 곳이다보니 디성단 사무실의 불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4개조·2교대' 체제로 직원들이 근무하며 디지털 성범죄자들과 쉴 새 없이 싸우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의 모니터링·삭제는 신고 접수에서 삭제에 대한 자율규제·시정요구, 그리고 사후 모니터링을 거치면 작업이 완료된다. 예전에는 불법 촬영물 발견에서 차단까지 평균 3.2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24시간 안에 차단이 이뤄진다. 피해자는 모든 작업이 끝나는 즉시 불법촬영물이 삭제됐다는 문자를 받아볼 수 있다. 최 팀장은 디성단이 발송하는 문자로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힘겨운 싸움이지만 조금씩 진전은 있다. 최 팀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해외 인터넷사업자들이 과거보다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수인데, 이 부분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n번방' '박사방' 사건의 중심이었던 텔레그램이 디성단에 협력하기 시작한 게 큰 성과라고 최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불법촬영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많이 유통됐다"며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텔레그램 측에 6개월 동안 불법촬영물을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본사 위치를 알아내 찾아갈 생각까지 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에서 일선에 서 있는 최 팀장은 어떤 바람이 있을까. 그는 "일 좀 덜하고 싶다"고 했다. 여느 직장인과 다를바 없는 소원이었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달랐다. 디성단이 할 일이 줄어든다는 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도 줄어든다는 뜻이라는 게 최 팀장이 일거리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였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연인"이라며 "내 가족, 내 연인이 이런 끔찍한 경험을 겪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실제로 디성단 직원 중에는 모니터링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 팀장은 "피해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일 때마다 직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며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고통도 모르고 불법촬영물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를 마친 최 팀장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모니터를 응시했다. 인터뷰를 하는 잠깐 동안에도 새로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올라왔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초조해 보였다. 디성단 사무실에서는 침묵만이 흘렀다.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가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범죄자라는 인식이 모두의 머리에 새겨져야 합니다."

최 팀장의 마지막 말이 디성단 사무실을 나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