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논란이 폭언·폭행을 넘어 고발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쥴리 벽화는 서울 종로구 우미관 옛터에 위치한 한 중고서점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검건희씨를 비방하는 그림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보수성향 시민단체 활빈단은 지난 1일 '쥴리 벽화'를 그린 건물주 여모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활빈단은 해당 벽화에 대해 "여성 혐오가 바탕에 깔린 비방 벽화"라면서 "윤 전 총장 아내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수준의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여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지만, 윤 전 총장 측이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될 수 없다.
벽화는 3주 전 서점 건물주 여모씨 뜻에 따라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쥴리'는 일명 '윤석열 X파일' 등에 등장하는 김씨 별칭으로, 김씨가 과거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당시 사용한 예명이라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벽화에는 윤 전 총장의 아내 김씨를 겨냥한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와 소문에 불과한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남성편력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에 벽화가 여성을 향한 공격이자 혐오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벽화의) 바탕에 깔린 여성 혐오가 혐오스럽다"며 "저 짓을 하는 이들과 그 짓에 환호하는 이들의 인성에 기입된 정치적 폭력성이 두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며 "더러운 폭력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과 보수성향 유튜버들은 벽화가 걸린 장소에서 농성을 벌였다. 보수성향 단체 '자유연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김모(49)씨는 지난달 29일 차량 3대를 끌고 와 벽화 앞을 막아섰다. 그는 자신을 계란 장수라고 소개하며 "계란이 모두 판매될 때까지 벽화 앞에서 차를 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진보성향 유튜버 등이 반발하면서 벽화 앞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벽화 논란이 폭언·폭행으로까지 이어지자 여씨는 지난달 30일 벽화 중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구를 하얀색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다. 서점 직원 A씨는 "서점 앞에 혼란이 심해지자 주변 상인과 저희(직원들)를 생각해 지운 것으로 판단한다"며 "아침부터 밤까지 보수성향 지지자들이 전화하고 방문해 힘들다"고 말했다.
벽화 문구는 지워졌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지나가던 행인이 하얀색 페인트로 덧칠된 부분 위에 원래 문구를 적어놨고, 또 다른 행인은 이를 지우기를 반복했다. 주말이었던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벽화를 찾는 보수·진보 유튜버들과 지지자들이 벽화에 낙서를 더해가면서 벽화는 점점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서점 측은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벽화를 훼손한 남성 2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신고했다. 서점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벽화를 검은색 페인트로 칠하고 스프레이로 욕설을 써놓은 이들을 신고했다"며 "차로 서점 입구를 훼손한 것도 신고할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