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서 8년 동안 씨유(CU)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우성(47)씨는 본사 지원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고 하루 평균 매출이 20만원 이상 늘면서 이씨의 점포는 부천에서 실적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약 4개월 뒤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비(B)마트'가 부천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B마트는 주문 후 빠른 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씨의 점포는 배달에 40분 이상이 소요돼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까지 발생했고 배달 매출은 하루 3~5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주 65시간 동안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져가는 돈은 월 2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부터 월 45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나갈 것"이라며 "성수기인 7~9월 수익이 이 정도인데 비수기에는 더 심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매출이 줄었는데, 최저임금 부담에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진출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며 "대다수 편의점 업주들이 폐업을 고민 중일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씨유(CU) 편의점의 주류 자판기. /연합뉴스

◇ 코로나 사태로 유동인구 줄어 매출 감소… 거리두기 강화로 '직격탄'

14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 여파로 회식과 모임이 줄고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대학가·유흥가·오피스 상권에 자리 잡은 편의점 매출이 줄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업계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이에 따라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을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돼 편의점에서 취식이 금지된 점도 편의점 매출 감소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 인구가 늘어 편의점이 주류, 안주 판매 증가로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에 대해 여러 편의점 업주들은 일부 점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주택가 주변에 위치한 편의점의 경우 주류 매출이 늘었을 수 있지만, 상업 지구나 대로변에 위치한 곳은 재택근무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것이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집에서 혼자 간단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늘었겠지만, 대학가나 유흥가 주변 편의점들의 매출은 코로나 사태 전의 반의반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도 가중… 재난지원금 대상서 제외되는 곳 많아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5.1%로 정해지자 편의점 업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여러 업주들은 몇년간 꾸준히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직접 일했는데, 이제 버티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16.4% 올랐을 당시에는 편의점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상생지원금 제공 등 지원책이 마련돼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렇다 할 지원책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편의점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일부 편의점이 재난지원금을 받았지만, 이는 점포 내에서 음식물 조리가 가능한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 곳에 한해서다.

2018년 1월 9일 충남 충주시의 한 편의점 점주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편의점 운영권을 넘기려는 문구를 붙여놓고 운영자를 찾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업주는 "일반 기업체의 경우 복리후생비나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으로 산입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상여금이 없어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 퀵 커머스도 위협… "영세업주가 쿠팡·배민을 어떻게 이기나"

최근 요기요의 '요마트'나 쿠팡의 '쿠팡마트' 등 여러 배달·배송 플랫폼 업체들이 퀵 커머스(생필품 등을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편의점 업계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실제 B마트가 지난해부터 수도권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편의점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는 퀵 커머스와 편의점을 이용하는 주 고객이 젊은 층과 1인 가구 등으로 동일하고 판매상품도 중복돼 편의점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편의점주들은 플랫폼 업체들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 정부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는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최종열 회장은 "업주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앞으로 편의점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예전에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대형마트를 규제하더니, 플랫폼 사업자들의 진출로 경제 기반 자체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는 데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