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에 쉬는 건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는데, 5인 이상 사업장을 빼고 다들 쉰다고 하니 박탈감만 커졌다. 남들이 놀 때 휴일 수당도 못 받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설·추석 명절과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던 대체 공휴일을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확대 적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종업원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공휴일법'이 지난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휴일은 4일 더 늘어나게 됐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당장 일요일과 겹치는 광복절부터 대체휴일이 생기게 된다. 개천절(일요일)·한글날(토요일)·성탄절(토요일)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체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 통계청의 '사업장 규모별 적용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의 65%에 달하는 120만개로 집계됐다.

24일 오후 12시 20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타몰 앞. /송복규 기자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 "잃어버린 빨간날, 돌려달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빨간날 양극화'를 호소했다. 4인이 종사하는 게임회사 직원 최모(31)씨는 "개인 시간을 할애하면서 밤을 새우는 경우가 빈번한 업종인데, 빨간날에도 쉬지 못한다니 좌절감마저 느껴진다"면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고깃집 직원 김모(58)씨는 "음식점 특성상 공휴일이 오히려 더 바쁜데 수당을 더 받지도 못하게 됐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놀 때 일은 두 세배로 늘어나는데 사업장을 차별해 쉬게 하니 속상하다"고 푸념했다.

야당과 노동계 등도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360여만명의 노동자를 제외하는 것은 '국민 공휴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의결에 불참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자는 휴일이 없는 삶을 법제화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대체 공휴일을 충분히 지정할 수 있는 대안이 있고, 사측이 충분한 대화로 합의를 볼 수 있음에도 이렇게 무리하게 법안을 만든 데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공휴일을 통한 '휴식권' 보장은 국민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기본적 내용으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는) 법률제정 취지 자체를 뒤집어엎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대체공휴일 전면확대 관련 법안 등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소상공인 "매출도 줄었는데… 인건비 부담 크다"

반면 편의점이나 노래방, PC방 등 소상공인 영업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원책 없이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조치는 회사 운영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은 줄었는데 대체휴일에 사람을 쓰면 통상임금의 150%인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해 수당까지 더 줘야한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점주들이 일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 김모(56)씨는 "하루라도 일을 쉬면 수익이 줄어드는데 업무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쉬어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말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업무 일수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당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데다 주52시간제까지 확대 시행된 상황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하는) 식당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현실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