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가 파업에 나서면서 ‘택배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 대책 등에 대해 택배사들과 노조의 입장 차가 커 배송 차질이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주변에서 전국 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에 참석했다. /김민정 기자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약 4000명은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은 머리에 단결 투쟁이 적힌 빨간 띠를 두르고 등에는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노조원들은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다수가 집결해 구호를 제창하고 피켓을 든 채 시위를 하는 것은 미신고 불법 집회에 해당하고 감염병 관련법도 위반하는 행위”라며 제지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은 경찰관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올해 1월 택배 노사와 정부는 과로사 대책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안은 택배 분류 작업의 책임을 택배회사가 부담하고, 택배기사의 노동강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대책 이행을 위한 후속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도 합의가 결렬되자, 노조는 14일부터 우정본부 건물 1층을 점거해 시위에 나섰다.

노조는 여의도 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 택배기사들은 죽거나 쓰러지고 있다”면서 “1차 합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파행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체국택배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택배 분류작업과 관련해 적정 수수료 지급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정사업본부 측은 이미 배달 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노조에 수차례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이 과로사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배송하기 전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은 보통 4~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대부분의 택배 노동자들은 이 작업을 직접 하면서도 별도의 수당을 받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분류작업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이고 사실상 ‘공짜 노동’이라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 같은 노조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택배노조와 6차례 회의를 통해 소포위탁 배달 수수료 개편안을 설명했다”면서 “이후 택배노조 집행부의 의견을 반영해 수수료 체계를 확정한 뒤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연구용역 결과를 설명한 적도 없고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노조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주변에서 전국 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에 참석했다. /김민정 기자

택배사들은 지난 8일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에서 1차 사회적 합의문 시행을 1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택배노조는 이에 반발해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국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사회적 합의기구 ‘분류 등 분과’ 회의, 16일 오후 1시 30분부터는 ‘택배비 분과’ 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