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좀 어때?”
“주물러 주니까 좀 낫네.”

1일 오전 9시 15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 3층 면회실. 요양보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구모(77)씨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남편 김창일(83)씨는 소독제를 바른 손으로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연신 “괜찮다”며 울음을 달랬다. 1년 4개월 만에 가림막 없이 만나게 된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안부를 전했다.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과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1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자에 대해 순차적으로 방역수칙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대면 면회도 가능해졌다. 이날 전국 요양병원·시설에서는 1년여 만에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감염 위험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환자나 면회객 중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가 허용된다. 면회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1인실이나 독립된 별도 공간에서 이뤄진다. 면회객은 병원·시설 측에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면회 시 음식이나 음료 섭취는 허용되지 않고,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입소자와 종사자의 1차 접종률이 75% 미만인 시설에서는 면회객의 코로나 음성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이날 오전 노부부의 면회가 이뤄진 광주 선한빛요양병원의 1차 접종률은 전날 기준 86%였다. 입원환자인 아내 구씨는 지난 3월 23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을 마쳤고 남편 김씨도 지난달 12일 화이자 접종을 마친 뒤 2주가 지나 대면 면회가 이뤄졌다.

부부의 큰 아들 김한구(54)씨는 “작년에 대면 면회가 금지된 이후 어머니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목소리도 좋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대면 면회가 가능해져) 어머니의 몸 상태가 더 좋아질 듯 하다”고 말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아내 이모씨와 입소자인 남편 김모씨가 대면 면회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과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전 10시엔 안산시 단원구의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80대 부부가 재회했다. 지난해 추석에 가림막 너머로 안부를 전한 뒤 꼬박 9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2년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남편 김모(87)씨는 “보고 싶어도 못 보니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니 좋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 이모(88)씨는 김씨의 두 손을 꼭 쥔 채 “밥 잘 먹고 화장실 잘 가고 물도 많이 마시라”고 신신당부하며 “앞으로도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AZ 백신 2차 접종을 마쳤고, 이씨도 지난 4월 화이자 백신 접종을 끝냈다. 백신 접종에 대해 김씨는 “주사 맞으니 가족들도 보고 그 전과 같이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요양병원·시설 종사자들 사이에선 인프라 부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접촉 면회는 계속해서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면 면회를 위한 별도의 장소를 다시 마련해야 하는 데다, 대면 면회에 투입될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정부 발표 이후 전국 요양병원·시설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내용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요양병원 종사자 A씨는 “1인실 또는 독립된 공간에서 대면 면회를 해야 하는데, 저희 병원은 1인실도 부족하고 별도 공간은 더욱 없다”며 “비접촉 면회와 동일하게 1일 최대 4회 정도만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썼다.

또 다른 종사자 B씨도 “중증환자처럼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의 대면 면회 장소를 따로 마련하기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며 “1인실도 부족한 상황이라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종사자 C씨는 “접종을 했더라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다 감염 발생하면 여전히 책임은 정부가 아닌 각 기관에서 지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우선 비접촉 면회로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부터 제공하는 ‘1단계 인센티브’ 대상자는 백신 1·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자로 이날 0시 기준 총 37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요양병원·시설 대면 면회뿐만 아니라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어르신의 경우 노인복지시설도 이용이 가능하며 접종 완료자의 경우 소모임과 음식물 섭취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