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여교수가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덮으려고 한다"고 주장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19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여교수 측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관도 피고소인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영남대 전 부총장과의 대질조사를 무산시키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북경찰청 전경 /조선DB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성폭행 피해자인 A교수 측은 지난달 26일 경북경찰청 청문감사실에 피고소인 중 한명인 영남대 전 부총장 B교수의 강요 혐의 관련 수사 담당 경찰관을 교체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A교수는 강간 피해 사건을 조사해 조치를 해 달라는 자신의 요구에 대해 부총장이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며 사건을 덮으려고 시도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A교수 측에 따르면 담당 경찰관은 A교수와 B교수의 대질 조사를 앞둔 25일 "경산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 대질 조사에 변호사가 입회할 수 없다"고 A교수 측에 통보했다. 이에 A교수 측은 변호인과 고소인의 공간을 분리하거나 대질 조사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수사관의 권한"이라며 예정대로 대질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경찰수사규칙에 따르면 변호인 참여권 제한은 ▲변호인의 참여로 증거를 인멸·은닉·조작할 위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으로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때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다. 이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담당 경찰관이 A교수 변호인의 대질 조사 입회를 제한하려했다는 게 A교수 측의 주장이다.

A교수 측은 담당 수사관이 거짓말을 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선 대질 조사 기일이었던 지난달 22일 A교수와 변호인이 약속 시간 전 경찰서에 도착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자리에 없었고 피고소인 측도 경찰서를 이미 방문했다가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담당 경찰관은 경위를 묻는 A교수 측에 "화재 발생으로 현장에 나와 있어 조사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일 돌연 담당 경찰관은 "고소인 측이 대질조사에 불응해 고소인 없이 피고소인만 3일 조사를 하고자 한다"고 A교수 측에 문자 통보했다. B교수 측에는 "고소인이 일방적으로 대질 날짜에 나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알렸다고 한다.

A교수 측의 주장에 대해 담당 경찰관은 편파 수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22일 예정된 대질 조사는 그날 당직자로서 화재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인 입회 제한에 대해선 "고소인 측과 피고소인 측이 모두 참여하면 수사관 2명까지 총 6명이 돼 방역수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변호인을 아예 동반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A교수 측이 대질조사에 불응했다'는 통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사관 기피신청 통보를 늦게 받았고, 정해진 기일 안에 수사를 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북경찰청은 "A교수 측으로부터 수사관 기피신청을 접수 받고 경산경찰서로 이관했다"고 했다. 경산경찰서 측은 "기피신청을 받은 후 공정수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