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의 효력을 멈춰야 하는지를 두고 법원 심문기일이 열렸다. 쿠팡 측은 5년간 유지된 판단이 뒤집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고, 공정위는 올해 현장 점검에서 새로운 사유를 확인했다고 맞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쿠팡이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에 대해 낸 집행정지 신청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절차로, 행정소송법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와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될 때 법원이 결정할 수 있다.
이날 심문 기일에서 쿠팡 측 대리인단은 공정위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오다 지난 4월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김범석 개인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외국계 기업 집단으로 국내 기업 집단과 구조가 다른데, 지난 5년간의 판단을 뒤집을 실질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집단 기준을 외국계 기업에 그대로 적용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쿠팡 측은 동일인 지정이 유지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장사인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투자자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된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이 국내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가 없어 집행정지가 인용돼도 공익상 문제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공정위 측은 올해 현장 점검에서 김 의장의 친동생 김유석씨가 사실상 경영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적법한 처분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측은 "지난해까지는 김유석이 경영에 참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으나 올해 현장 점검에서 김유석의 경영 참여를 확인해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집단 제도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동일인 지정에는 공정위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만큼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그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이라 적용을 면해야 한다는 쿠팡 측 주장에 대해서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현지 법령을 준수하는 건 당연하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현장 점검 후 처분이 바뀐 근거가 와닿지 않는다"며 "김유석씨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게 된 근거를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공정위 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정한 효력 정지 기한인 다음 달 15일 전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29일 김유석씨가 경영에 사실상 참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은 지난달 8일 이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후 서울고법 행정7부는 같은 달 14일 직권으로 처분 효력을 다음 달 15일까지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