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35) 그레이시티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21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해온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바꾼 직후였다. 대법원은 박 대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하는 문화가 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20세에 미용 가위를 잡았다. 26세 때 미국 연수를 통해 두피문신(SMP·Scalp Micro-Pigmentation)을 접했다. 민머리인 사람이 머리를 짧게 민 것처럼 보이도록 두피에 미세한 점을 새기는 기술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했지만, 그는 "머리카락 밑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봤다. 한국인의 두상과 두피에 맞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직접 시술했고, 28세에 두피문신 전문 업체를 차렸다.

왼쪽부터 하채은 변호사, 박준형 그레이시티 대표, 황진섭 변호사. /그레이시티 제공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곧 고발이 이어졌다. 쟁점은 하나였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을 해도 되는가. 1992년 대법원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봤고, 박 대표 역시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벌금을 내고 사건을 끝낼 수도 있었지만 정식재판을 택했다. 대법원에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호소했다.

선고 당시 심경을 묻자 박 대표는 잠시 말을 멈췄다.

다만 법정 싸움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해온 기존 판례를 바꿨지만, 문신사 면허와 업소 등록을 규정한 문신사법은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박 대표에게 별도로 적용된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사건도 아직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대한민국 문신 산업이 세계적 수준의 안전·교육·위생·전문성을 갖추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문신에 대한 의료법 판례를 바꾸는 데 함께한 황진섭 법무법인 대련 부대표변호사, 하채은 매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함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두피문신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박 대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민머리인 분들이 두피문신을 하는 사례가 이미 많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술이다. 미용사를 하다가 두피문신을 알게 됐고, 알아보니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2017년부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 국내에는 두피문신 전문 업소가 거의 없었다."

─많은 문신사들이 형사처벌 위험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고 영업한다. 2020년에 법인까지 만들며 사업을 크게 벌인 이유는 무엇인가.

박 대표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는 조용히 영업하려고 한다. 저도 처음에는 미용업을 하면서 두피문신을 했다. 그런데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위생과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고 세금도 내면 언젠가 문신업이 법제화돼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까지 직영점과 협업점을 포함해 1만건이 넘는 시술을 했는데, 한 번도 위생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기존에도 문신사가 사업자등록을 내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문신 시술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등록은 사실상 정부에 '불법 영업 중'이라고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과거에는 미용 문신업자가 구속 기소되거나, 국세청이 문신 시술 수익을 문제 삼아 추징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동안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박 대표 "보건범죄단속법으로 저를 옥죄어 왔을 때는 '이러다 감옥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도 내렸다. 매출도 급락했다.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직원들도 처벌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마케팅도 하기 어려웠다. 이번 판결로 직원들이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제일 좋다."

─의료법 위반 혐의인데, 문신사들을 의사들만 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박 대표 "제가 두피문신을 시작한 뒤 기소된 사건만 3개다. 한 사건은 탈모 관련 시술을 하는 의사들이 고발한 것 같다. 문신사들이 모인 단체에서도 고발했다. 이 단체는 규모가 큰 문신업체들과 금전적 갈등을 빚었는데, 그레이시티도 그중 하나였다."

당초 검찰은 이번 사건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박 대표가 벌금을 내면 사건은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유죄를 인정하면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서로 고발하는 업계 관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2021년 1심과 2심에서는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박 대표는 "벌금을 내는 순간 제가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1심과 2심에서 기존 판례대로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원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나.

황 변호사 "처음부터 대법원이 판례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당위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 변호사 "법리만 다투면 34년간 유지된 판례를 바꾸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2년의 기준이 2026년의 현실과 더는 맞지 않는다', '사회는 이미 변했다'는 점을 보여줘야 했다. 문신이 있어도 현역병으로 군 입대가 가능하도록 기준이 바뀐 점, 문신이 있어도 경찰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는 점 등을 대법원에 제시했다."

대법원은 박 대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언급했다. 문신이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상징이 아니라 대중문화와 미용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취지다.

─문신사법에 따라 도입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표 "면허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 다만 자격 제도가 문신사 실무와 동떨어지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 변호사 "문신 시설을 병원 무균실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주사를 놓는 공간도 무균실은 아닌데, 업계에서는 기준이 과도하게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을 제정했다. 내년 10월부터는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 문신업소는 시설과 장비 등 일정 요건을 갖춰 시·군·구에 개설 등록을 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문신사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프랑스는 문신업소 신고제를 두고 있다.

─두피문신 시술을 10년째 하고 있다. 문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대표 "단순한 미용 행위가 아니다. 탈모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분들, 흉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했던 분들, 외모 콤플렉스로 고통받았던 분들이 시술 이후 자신감을 얻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모습을 많이 봤다. 문신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