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보험 약관에 없는 티눈과 굳은살 제거 시술을 수백 차례 받고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면, 그 일부를 보험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보험 가입자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보험사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3494만원 반환 청구 소송에선 1784만원을 인용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질병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1회당 30만원의 수술비를 지급받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16년 9월 26일부터 2020년 11월 5일까지 여러 병원에서 379회에 걸쳐 티눈 또는 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 응고술을 받은 뒤, 이 가운데 114회 시술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해 총 3493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시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거절됐다.

보험사는 이 사건에 앞서 2017년 9월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며 해당 계약은 무효이고 기존에 지급된 보험금 171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고 2020년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자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지금까지 받지 못한 보험금을 마저 받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도 이에 맞서 A씨와 체결한 보험 계약이 무효이고, 보험금도 전부 반환해야 한다는 맞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주근깨, 사마귀, 여드름, 노화로 인한 탈모 등 피부 질환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해져 있는데, 티눈과 굳은살도 같은 성격의 질환이라는 것이다.

보험 계약 무효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원심은 선행 소송 이후 A씨의 수술 횟수와 보험금 수령액이 폭증하는 등의 사정 변경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계약 무효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수술 횟수가 증가했다고 해도 보험 계약이 유효하다고 본 선행 판결의 기판력(확정 판결의 구속력)을 뒤집을 수 없다고 봤다. 기판력을 깨는 사정 변경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생했을 때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증거 보강 및 법리 해석 변화로는 이를 뒤집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액수인 1784만원에 대해서만 A씨의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