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 밖 로고 /연합뉴스

스타벅스 탈퇴를 결심한 34세 직장인 A씨는 선불 충전금 환불 문제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5만원을 충전한 카드에 2만7000원이 남아 있었지만, 잔액 환불을 받으려면 충전금의 60% 이상을 사용해 잔액이 2만원 이하가 돼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탈퇴하려는데 다시 소비해야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 환불 문제로 번지고 있다. 불매와 회원탈퇴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정에 남은 충전금을 돌려받으려면 먼저 일정 금액 이상을 써야 하는 스타벅스 카드 약관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됐다.

◇"탈퇴하려는데 다시 소비하라니"… 지급명령 신청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스타벅스 카드 미사용 잔액 반환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청구 금액은 10만원이다. 지급명령은 금전 지급 사건에서 법원이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지급을 명령하는 절차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 소송으로 넘어간다.

양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타벅스는 빨리 고객들에게 미사용금에 대해 즉시·전액 환불하는 조치를 해주는 것이 서로 덜 피곤하게 이 문제를 종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불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접 지급명령 신청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60% 써야 환불… 소비자들 "원치 않는 소비 강요"

현행 스타벅스 카드 약관은 최종 충전 후 합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남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도 회원탈퇴를 하려면 계정에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 잔액이 없거나, 60% 이상 사용 후 잔액 환불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환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 같은 약관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환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사용 중 환불이라면 일정 비율 이상 사용 요건을 둘 수 있지만, 회원탈퇴처럼 거래관계를 끊겠다는 상황에서도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고 다시 소비해야 하는 구조가 맞느냐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환불 요건을 맞추기 위해 원하지 않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잔액을 소진하려고 매장에서 먹지 않을 상품을 사거나, 앱 내 온라인 스토어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구매 확정하는 방식으로 충전금을 털어내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잔액 9000원을 없애려고 1500원짜리 바나나 6개를 샀다는 사례도 알려졌다.

양 변호사는 이런 구조가 회원탈퇴를 원하는 소비자의 권익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본다. 지급명령 신청서상의 청구 원인은 '부당이득 반환'으로 분류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약관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탈퇴 상황에서 미사용 잔액이 있는데도 60%를 사용해야 잔액을 돌려받는 규정은 탈퇴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탈퇴를 전제로 한 환불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고객의 일반 환불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쟁점은 '60% 기준'보다 '탈퇴 때도 강제할 수 있나'

법적 쟁점은 60% 환불 기준 자체보다, 회원탈퇴 상황에서도 이 기준을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는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고객의 일반 환불과, 거래관계를 끊으려는 고객의 환불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특히 이번 탈퇴 움직임이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 아니라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서 촉발됐다는 점도 소비자 측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책임으로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잔액 환불을 받기 위해 추가 소비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반론에도 근거는 있다. 금액형 상품권은 통상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잔액 환불이 가능하다. 충전금을 사실상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60% 이상 사용 후 잔액을 환불한다는 약관 자체를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원탈퇴 상황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탈퇴가 형식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미사용 잔액을 돌려받기 위해 원하지 않는 소비를 해야 한다면, 탈퇴권이 실질적으로 제약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스타벅스는 공정위 표준약관과 업계 관행에 따른 일반적 환불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지급명령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법원은 해당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잔액 반환 제한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변호사는 스타벅스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 본안소송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타벅스가 개별적으로 잔액을 환불하면 이번 사건은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소비자들이 추가로 다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단체소송보다는 개별 소송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벅스 카드 환불 분쟁은 소비자마다 충전 시점과 사용액, 잔액, 환불 요청 경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약관 자체의 문제와 별개로, 개별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환불을 요청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