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등이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량을 가중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에 대해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성범죄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자신이 보호·감독하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건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가 방과 후 수업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2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A씨는 피해 학생들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히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초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가, 이후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A씨는 형량을 가중하도록 한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당 조항이 형벌의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법관의 양형 결정권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으로 볼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될 경우 법정형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과거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 또는 벌금 3000만~5000만원이었다. 이후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벌금형이 삭제됐다. 여기에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에 따른 가중처벌까지 적용되면 법정형의 하한은 징역 7년 6개월까지 올라간다.
헌재는 이 같은 형량 체계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봤다. 헌재는 "폭행·협박 또는 추행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우에도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3년 9개월 이상 실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형사정책적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엄정한 최저형을 설정한 것은 헌법상 국가의 적극적 보호 의무 이행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입법형성권의 조정 범위 안에 있는 입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