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 /뉴스1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에게 2심에서 선고된 징역 8년보다 더 높은 형량이 최종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본 쟁점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라씨 등은 2019년부터 약 4년간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했다. 이들은 고객 명의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위탁 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기고 차명 계좌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3년 4월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032190), 삼천리(004690)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라씨 등은 당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CFD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CFD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면 투자자 대신 주식을 매입하고 추후에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으로, 증거금률은 종목과 증권사에 따라 40~100%이다.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1심은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했고, 벌금은 유지했다. 2심은 라씨 등이 CFD 계좌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이유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무죄는 판결문의 주문에는 유죄로 인정돼 형이 선고되지만, 특정 쟁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2심 재판부는 라씨 등이 주가 조작 대상으로 삼은 종목에 대해 CFD 계좌를 이용한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를 금지하면서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만 규제하고 있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반면 대법원은 CFD 계좌를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라씨 등이 CFD 계좌를 이용해 증권사에 주식 매매를 주문하면, 증권사는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직접 해당 주식을 매매하거나,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동일한 조건의 파생상품 계약(백투백 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헤지한다.

대법원은 "(주가 조작 대상이 된)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비교적 낮고, 피고인들의 시세조종행위를 제외하고는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은 CFD 거래 구조와 장점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종목들에 대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다수의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CFD 계좌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기준을 처음으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