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본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계엄 심의권 침해와 외신 상대 허위 프레스가이던스(PG) 작성·전파 지시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는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5년보다 형량이 2년 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뉴스1

◇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범위 7명서 9명으로 확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난 주된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소집 절차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심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 중 소집 연락을 받지 못한 7명에 대한 심의권 침해만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소집 연락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두 장관 역시 실질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시점에 연락을 받았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이 이들의 계엄 심의권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무위원에 대한 소집 통지는 단순히 연락을 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무위원의 현실적인 참여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무회의가 대통령 보좌 절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령이 정한 심의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무위원 개인에게도 국무회의 안건을 심의할 구체적 권한이 있고, 비상계엄처럼 국가긴급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런 절차적 의무가 완화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일부 무죄로 남았던 국무위원 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까지 유죄로 바뀌었다.

◇ 외신 상대 허위 PG도 유죄… "객관적 사실관계 반해"

외신 상대 허위 PG 작성·전파 지시 혐의도 항소심에서 결론이 바뀐 부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에게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취지의 PG를 외신에 전파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PG 내용이 객관적 사실관계에 반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PG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해외홍보비서관에게 이를 작성·배포하게 한 행위는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범행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저질러진 잘못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외신에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2025년 1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호처와 대치 중이다. /조선DB

◇ 체포영장 집행 저지·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는 1심 유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수처의 수사권과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가 적법하다고 봤고,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 집행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법적 절차가 아니라 물리력으로 영장 집행을 막으려 한 점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을 사병화하였을 뿐 아니라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우려를 낳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내란 수사에 대비해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1심처럼 유죄로 판단됐다. 비상계엄 해제 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따라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폐기한 혐의도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다만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남았다.

2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심 징역 5년 보다 2년 높은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 /뉴스1

◇ 재판부 "대통령 책무 저버려"… 형량 2년 가중

항소심 재판부는 새로 유죄로 인정한 혐의와 기존 유죄 판단을 종합해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증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저지른 사건으로 인하여 사회적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와 사후 부서 관련 범행에 대해서도 "그 자체로 헌법 위반에도 해당하므로 그 위법의 정도가 크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12·3 비상계엄 관련 형사재판 중 항소심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