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24일 오후 3시 58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 지방의 한 유명 제과 업체 대표 A씨는 지난 21일 CJ제일제당(097950)·삼양사(145990)·대한제당(001790) 등 제당 3사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설탕 시장을 사실상 과점한 세 회사가 4년 넘게 가격을 담합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 전국 4000개 회원사를 둔 대한제과협회도 제당·제분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 회원사 대부분이 동네 빵집과 과자점 등 영세 소상공인인데 원재료 가격 급등 피해가 누적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러스트=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설탕값 담합 사건이 업계 전반의 '줄소송'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제당 3사가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해 시정 명령과 함께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23일 담합 혐의로 기소된 제당사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인 고의·과실 부분은 사실상 입증된 셈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설탕 2억 구매, 이론상 최대 3372만원 청구 가능

관건은 실제 배상액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109조에 따르면, 담합으로 피해를 본 사업자는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가 인정된 담합 기업은 실제 손해액만큼만 청구가 가능하다.

그럼 실제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할까. 법조계는 과거 '밀가루 담합 사건' 판례를 주목한다. 2006년 삼립식품은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원맥(原麥·밀가루 원료) 가격과 환율 등 변수를 반영해,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의 차액을 손해액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담합 기간 총 구매액의 5.62%인 15억원을 손해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2012년 이를 확정했다.

2018년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점까지 감안하면, 이론상 당시 인정 비율(5.62%)의 3배인 16.86%까지 청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담합 기간 총 설탕 구매 금액이 1억원이면 최대 1686만원까지, 10억원이면 1억6860만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소송을 낸 A씨는 담합 기간 설탕 총 구매액 약 2억원 가운데 10% 수준인 2000만원을 청구했다. 과거 판례와 실제 인정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비교적 보수적으로 청구액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소비자도 소송할 수 있나… 입증·시효가 변수

일반 소비자가 제당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담합 기간 설탕 구매 내역을 입증해야 하고,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에 포함된 설탕값 상승분을 특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과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정유사 유가 담합 의혹은 개인 소비자 소송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으로 주유 금액을 비교적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 개인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소멸 시효는 변수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은 3년의 단기 소멸 시효가 적용된다. 실제 2012년 비료 담합 사건 당시에도 시효가 지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농민들이 있었다.

지난 2월 1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진열된 설탕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담합 범죄를 막으려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법률자문관 출신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형사 처벌과 과징금만으로는 담합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민사소송에 나서고 법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폭넓게 인정해야 기업들의 담합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