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초기 토지 매입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땅주인 종중이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을 상대로 낸 30억원대 민사소송의 1심 결론이 16일 나온다.
이 사건은 대장동 본류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사업 초기에 토지 소유주들에게 손해가 나면 보상하겠다고 한 약속을 남씨 측이 실제로 지켜야 하는지 따지는 재판이다. 쉽게 말해 "나중에 손해가 생기면 돈으로 메워주겠다"는 약정을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전의이씨전성군시평간공사직공파(평산종중)는 지난 2021년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조현성 변호사와 천화동인 4~6호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약정금 3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종중 측은 전체 피해가 200억원이 넘는다고 보지만, 우선 일부만 떼어 먼저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중은 앞서 씨세븐 등을 상대로 한 별도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실질적인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약정금 청구 형식으로 직접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건의 출발점은 2009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 씨세븐이 종중과 토지매매계약을 맺었고, 그 과정에서 손해배상 약정이 함께 체결됐다는 게 종중 측 주장이다. 종중은 이후 토지에 거액의 담보가 설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겼다고 말해왔다.
씨세븐은 대장동 개발 초기에 민간개발을 밀던 시행사다. 2008년 이강길 전 대표가 회사를 이끌며 대장동 민영 개발을 추진했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2009년부터 씨세븐에 합류해 땅 주인들을 상대로 토지를 사들이는 이른바 '지주 작업' 실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당시 씨세븐 대표이사도 맡았다.
하지만 사업은 2010년 이후 급변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영개발 방침을 내세우면서 민간개발은 좌초됐고, 씨세븐은 사업 전면에서 물러났다. 이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씨세븐에서 손을 뗀 뒤에도 대장동 사업에 계속 관여했고, 나중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을 가진 민관합동 개발 구조 안에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4·5호를 통해 다시 등장했다.
종중 측은 남씨 등이 초기 토지 확보 작업을 주도했고, 이후 대장동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까지 거둔 만큼 약정 책임에서도 빠질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남씨 측은 약정 당사자가 씨세븐이지 자신들이 아니라는 점을 앞세워 배상 책임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중이 주장하는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설령 손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들 행위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고가 주목되는 이유는 대장동 본류 형사사건과 맞물려 있어서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지난해 10월 각각 징역 4년,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한 상태다. 형사재판이 공영개발 전환 뒤의 배임과 특혜 구조를 다룬다면, 이번 민사 선고는 그보다 앞선 토지 확보 단계에서 토지주들에게 약속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
만약 재판부가 종중 손을 들어주면 초기 지주 작업과 사업 좌초 책임이 남씨 측에 연결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오게 된다. 반대로 청구가 기각되면 씨세븐 단계의 손해와 훗날 대장동 수익 구조를 민사적으로 묶기 어렵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