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순직해병특검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내놓은 첫 1심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 부장판사)는 2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지시를 받아 실제로 휴대전화를 파손·폐기한 차모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를 단순히 다른 사람을 시킨 교사범으로 보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직접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진 뒤 차씨에게 건네 발로 밟게 하고 폐기까지 함께한 만큼, 둘이 함께 범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이 전 대표는 특검법에 따른 수사 대상이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었고, 본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휴대전화를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증거인멸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정황에 비춰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방어권 남용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차씨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차씨가 이 전 대표가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고 해당 휴대전화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파손과 폐기에 가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행위는 국가의 정당한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으로 별다른 이익을 얻지 않았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 사건은 이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차씨에게 휴대전화 파손과 폐기를 지시한 혐의로 시작됐다. 조사 결과 이 전 대표는 먼저 휴대전화를 땅바닥에 던졌고, 이를 차씨에게 건네 발로 밟게 한 뒤 공원 휴지통에 버리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특검은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에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보던 중이었다. 이후 특검은 지난해 11월 이 전 대표와 차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면서 공개 법정 판단이 이뤄졌다.
이번 선고로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첫 1심 결론이 나왔다. 특검은 지난해 150일간 수사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33명을 기소했지만, 첫 법원 판단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자기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확인하면서, 특검 수사의 부담도 적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