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을 가진 집 주인이 다른 호실에서 받은 보증금이 얼마인지 같은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더라도, 공인중개사가 조사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하려는 사람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4일 세입자 A씨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제금 청구 소송에서 공인중개사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2020년 4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8개 호실 규모의 다가구주택 중 1개 호실에 입주했다. 임대차 보증금은 1억1000만원이었다.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작성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중 '소유권 외의 권리사항'에는 채권최고액 7억1500만원과 채무자, 근저당권자 정보가 적혀 있었다.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에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라고 기재됐다.
다가구주택은 다른 도시형생활주택과 함께 2021년 5월 경매에 부쳐졌고, 총 36억원에 매각됐다. 매각 대금은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모두 배당됐고,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임대 의뢰자에게 부동산의 상태와 권리 관계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A씨는 "공인중개사 B씨가 다가구주택 다른 호실과 권리관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개업 공인중개사는 중개 행위로 의뢰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의뢰인은 중개 사고로 손해가 발생하면 공인중개사협회에 공제금을 청구해 대신 배상을 받을 수 있다.
1심은 공인중개사협회가 A씨에게 6600만원의 공제금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임대인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등 자료 제공을 거부해 공인중개사가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렵더라도 다가구주택 규모와 세대 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보증금 시세를 근거로 이미 계약된 보증금이 주택의 담보 가치를 넘을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선순위가 다수 있다'고 기재한 것은 임차인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임차인도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을지 스스로 조사할 책임이 있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2심은 B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설명으로 임대인이 다른 임대차 자료를 주지 않고 선순위 임대차 계약이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A씨가 본인의 위험 부담과 책임 하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공인중개사의 주의 의무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파기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공인중개사는 임차 의뢰인에게 다가구주택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과 임차 시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며 "B씨는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확인해 A씨에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