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일부 변호사들이 세무사가 주로 하는 '장부 작성'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무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21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세무사 자격을 동시에 부여받은 일부 변호사들이 제기한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2항은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일반 세무사와 달리 장부작성 대행과 소득세법 등에 따른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았다. 이를 두고 변호사와 세무사들은 갈등을 빚어왔다. 세무사법이 개정돼 2018년부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다. 이 개정 세무사법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또 세무사법이 개정되며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들은 2021년 11월부터 세무대리 업무 중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장부작성은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매출과 지출, 급여 지급 등 모든 재무 거래를 기록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을 만드는 업무다. 이들이 종합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신고할 때 세무 전문가에게 장부 기장, 신고가 적정하게 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성실신고확인 업무다.

일부 변호사들은 2021년 맡을 수 있는 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경제 발전에 따라 세법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면서 "세무사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세무, 회계 및 세법 분야 전문성"이라고 했다.

이어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하려면 세법에 관한 체계적 지식과 전문적 회계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 과목에는 회계학 등 비법률 과목이 없고, 조세법도 선택과목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일반 세무사와 같은 수준의 업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국회)의 판단은 수긍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김형두·정계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변호사는 법령 해석·적용과 분쟁 대응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데, 장부 작성 역시 세법의 해석·적용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면서 "전문성의 정의를 회계 지식 분야로 협소하게 보아 세법과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 능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