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64) HD현대중공업(329180) 대표(부회장)가 4년 전 조선소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 발생한 사건이지만,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6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HD현대중공업 법인과 관리자들에 대한 벌금형도 모두 유지됐다.
사고는 2021년 2월 5일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대조립 1공장에서 발생했다. 외판 조립 작업 중 철판을 고정하던 장치 '레버풀러(lever puller)'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서 철판이 미끄러져 떨어졌고, 그 순간 현장을 지나던 40대 근로자가 머리를 맞아 숨졌다.
검찰 조사 결과 현장에서는 출입 금지 구역 설정, 안전 받침대 설치, 중량물 작업 계획서 작성, 작업 지휘자 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빠져 있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같은 해 11월 22일 당시 이 조선해양사업부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고, 대조립 1공장 부장과 팀장, 조장 등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현대중공업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경영 책임자인 이 대표의 의무 위반을 무겁게 봤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조립 1공장 부장·팀장·조장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800만원, 현대중공업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해 "중량물 취급 시 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와 안전 대책이 반영된 작업 계획서 작성, 작업 지휘자 지정 후 안전 보건 조치 의무가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안전 보건 총괄 책임자"라며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의무 위반을 알고도 방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조립 1공장 직원들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자신의 업무 권한 범위 내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2심은 1심 판결 결과를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해 "사업주나 안전관리책임자가 법령에 규정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해 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 대표와 HD현대중공업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 대표는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고, 1983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선체건조부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2018년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사장)를 거쳐 2020년 5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로 임명됐다. 2021년 10월부터는 현대중공업 대표(사장)를 맡았고, 지난달 HD현대중공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