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이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 결과, 부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16년 만이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딸(41)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의 한 마을에서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섞인 줄 모르고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4명 중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검찰은 백씨 부녀가 공모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어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며 기소했다.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였고,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봤다. 검찰은 백씨의 딸이 무고한 이웃 남성을 범죄자로 몰아갔다는 별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녀가 범행을 모의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재판에 넘겼다.

백씨 부녀는 1심에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 등의 사유로 무죄를 받았지만, 2011년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이들 부녀는 2022년 1월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 유도 신문을 했고 무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며 재심을 신청, 2024년 1월 광주고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에 검사의 유도 신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백씨는 한글이 서툰 초등학교 중퇴자인데, 장시간 이어진 검찰 신문의 조서를 매번 불과 몇 분 만에 열람을 마쳤다는 점에서 의심을 샀다. 또 오탈자 없이 논리 정연하게 범행 경위를 정리한 자술서를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다. 경계성 지능으로 판단되는 그의 딸 또한 생각 주입과 진술 유도 등 강압 수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됐다.

지난 8월 19일 열렸던 재심 결심 공판에서 백씨 부녀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글을 쓰고 읽지 못하는 아버지, 경계선 지능인인 딸 등 피고인들의 취약성을 검찰이 악용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백씨 부녀는 15년 간 복역하다가 지난 1월 재심개시 결정으로 형집행이 정지돼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