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한 전 총리가 계엄선포문 서명 이후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하자"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한 전 총리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아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명을 받았다"며 "이튿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서명을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이 '날짜가 지났는데 괜찮겠나'라고 물으며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실장은 이어 "12월 8일 한 전 총리가 전화해 '나중에 작성된 사실이 알려지면 괜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폐기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 전 총리는 '문서가 없어도 국무회의의 실체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문서 행방을 물었고, 자신이 '총리 지시에 따라 폐기했다'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그럼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국무총리의 의견에 따라 폐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하자, 강 전 실장은 "그 문서는 임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 일부를 특정해 부르라고 했다가 한 전 총리로부터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가로 몇 명을 더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무언가를 신속하게 하려는 것 같았고 총리는 그걸 누그러뜨리면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며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다른 국무위원을 불러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