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대형로펌의 채용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로펌들이 검사 채용은 거의 하지 않고, 공정거래·노동 전문가는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정부가 검찰 권한은 줄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힘을 싣는 것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관계자가 들어가는 모습./뉴스1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형로펌 3개가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을 각각 1명씩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김후곤(사법연수원 25기) 전 서울고검장을, 율촌이 조남관(24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세종이 장영수(24기) 전 대구고검장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예년에 비하면 검사 채용이 확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년 법무부가 검사장, 차·부장검사 정기 인사를 하고 나면 이른바 한직으로 발령된 검사들이 사직하는 경우가 생겼다. 검사장은 퇴직 후 3년간 대형로펌 취업이 안 된다. 이에 대형로펌은 막 퇴직한 부장검사와 평검사 중심으로 채용을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재명 출범 이후 법무부가 7~8월 검사장 및 차·부장검사 인사를 했고 검사 사직이 잇따랐다. 그런데 대형로펌이 차장검사를 영입한 경우는 1건이고 부장검사를 채용했다는 소식은 없다. 최근 퇴직한 검사들은 대부분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거나 중소형 로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차·부장검사 출신을 올해 추가로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대형로펌의 전관(前官)과 외부 전문가 채용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공정위 출신과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 교수들은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가 김재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채용한 데 이어, 세종이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기수 전 공정위 비서관을 뽑았다. 광장은 이숭규 전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을, 화우는 신영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과 공정거래 전문 오금석 변호사, 김치열 변호사를 영입했다.

문재인 정부 때 고용노동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도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로 대형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안경덕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광장에, 박화진 전 차관은 태평양에, 임서정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화우에 갔다.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낸 김민석 전 차관은 최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해 조만간 법무법인 세종에 간다.

법조계에선 대형로펌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을 발빠르게 인력 채용에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에 따라 검찰청은 내년 10월 출범 78년 만에 문을 닫는다. 정부는 검찰의 수사 권한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맡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기존에 채용한 검찰 출신 변호사로도 형사 사건 대응이 충분히 된다"고 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 대통령이 인력을 증원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전 정부 때보다 무게감을 싣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벌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이를 두고 공정위가 대대적인 기업 불공정 거래 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몸값이 올라간 정부 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