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72) 전 특별검사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11일 열렸는데 30분 만에 끝났다. 공판 준비 기일은 유무죄를 가리는 본격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박 전 특검은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이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박 전 특검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주장했다. 박 전 특검 변호인은 "청탁금지법의 경위 규정상 (박 전 특검이)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먼저 판단이 돼야 하는데, 원심은 그 반대로 했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 공공 업무를 위탁·위임받은 민간인인 공무수행 사인으로, 청탁금지법 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특검 등에게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모(46)씨 변호인은 "주위적 주장으로는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은 모두 위법 수집 증거이거나 이를 토대로 수집된 2차적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예비적 주장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거나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아서 구속 요건에 해당성이 없으며, 김씨의 고의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아울러 징역 6개월의 1심 판결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 부당도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특검과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에 반박하고, 일부 공소장 내용 변경을 신청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지위, 역할, 그리고 경위 등에 비춰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며 "재판부에 공석이 있고, 특히 주심 법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구성된 뒤 공판 기일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지원받고,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3차례 받는 등 총 336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22년 11월 기소됐다.
박 전 특검 측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특별검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은 청탁금지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336만원 상당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은 특별검사가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특검법 제22조에 따라 특검을 공무원으로 판단해 청탁금지법 위반을 적용해도 이런 해석이 유추 해석이나 확장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법 22조는 '특별검사 등 및 특별검사의 직무보조를 위해 채용된 자에게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공직자에게 긴 시간 금품을 제공한 점, 이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박 전 특검 등 피고인과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