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수심위는 외부 전문가가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수심위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낸 것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자,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들어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심위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또 검찰은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것에 대가성과 직무관련성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은 후 이 총장은 수심위 개최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의 임기는 9월 15일까지다. 이 총장은 임기 전에 이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심위를 소집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10여 일이 걸려 임기 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야당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낸 것에 대해 비판이 계속되자 수심위 소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총장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심위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 사건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또는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에 대해,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사람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청탁금지법 해설서에서 공직자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제재할 순 없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제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심위 개최를 위해 대검은 150~300명의 심의위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한다. 이들 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이 사건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낸다. 위원들은 공소 제기, 불기소 등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수심위는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모은 의견이나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한 의견으로 의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