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7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를 규정한 형법 328조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친족상도례는 가족 사이에 일어난 사기, 형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방송인 박수홍씨가 친형 부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후,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고 친족상도례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방송인 박수홍. / 뉴스1

형법 328조 1항은 사기, 횡령 등 재산 범죄는 가까운 친족(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간이면 형을 면제하도록 한다. 328조 2항은 가까운 친족을 제외한 친족 간이면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박수홍씨는 2021년 4월 검찰에 횡령 혐의로 친형을 고소했다. 검찰은 다음 해 박씨 친형과 형수를 2011~2021년 박씨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며 회삿돈과 동생 개인 자금 61억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씨 부친이 “돈 관리를 내가 했다”고 했다. 이에 박씨 측은 부친이 친족상도례 조항을 통해 형 부부의 처벌을 막으려 한다고 봤다. 형제 간이라도 동거하지 않으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자 친족상도례가 제한 없이 적용되는 부친이 나섰다는 것이다.

이후 박씨 친형과 형수는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2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형법이 만들어진 1953년 도입됐다. 당시에는 권위를 인정받는 대가족의 큰어른이 가족 사이에 벌어진 재산 다툼을 조율했다. 그러나 대가족은 해체됐고 1인 가구가 보편화 됐다. 또 가족 간 재산 분쟁이 늘었다.

이에 친족상도례 폐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차서가 2021년 7월 발간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에 인용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친족상도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3만2458명 중 2만7702명(85%)에 달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도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전의 개념은 지금 사회엔 그대로 적용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족상도례 적용을 피하려는 경우도 나온다. 골프선수 박세리는 운영하는 재단(박세리희망재단) 명의로 부친을 고소했고,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 위조 혐의를 내세웠다.

이번에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지적장애 3급 장애인 A씨다. 그는 1993~2014년 창원 돼지농장에서 일하다, 아버지 사망 후 작은아버지 부부와 동거했다. 작은아버지 부부는 A씨와 4년간 동거하면서 퇴직금, 상속재산 등 2억3600만원을 빼앗았다. 부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은 A씨에게 공공후견인을 선임해 작은아버지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와 작은아버지 부부와 동거하지 않았던 기간인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빼앗긴 1400여만원에 대해서만 횡령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상 ‘동거친족’으로 인정돼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씨가 헌법소송을 낸 것이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모씨가 이복 동생 집에 침입해 어머니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지만 형 면제를 받았다. 친족관계가 가까운지에 따라 절도죄 처벌 여부를 차별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헌재는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는 외국에 비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 범위가 넓고, 효과도 형 면제 또는 친고죄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라며 “헌재에서 합헌과 위헌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지 12년이 지난 만큼 이번에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