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뉴스1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화재로 2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된 뒤 발생한 첫 대규모 사망 사고인 데다, 고용노동부도 중처법 위반 여부를 살피겠다고 나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준수가 중처법 적용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충분한 조처를 했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유사 사고인 여천NCC 폭발 사고가 ‘참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중처법 시행 2주 만인 2022년 2월 11일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당시 사고로 여천NCC 대표 2명이 중처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대표 2명을 기소하지 않았다. 여천NCC가 법 시행 전인 2021년부터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안전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켰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도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기준으로 판결한다. 중처법으로 첫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제강 대표 A씨 사건에서 1·2심 재판부는 “한국제강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음에도 A씨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12월 하급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결론 냈다.

또 주조 기계 내부 금형에 근로자가 끼어 사망한 울산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 B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장치가 파손돼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안전 점검 위탁업체의 보고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재판부는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 협회로부터 구체적인 사고 위험성을 지적받았음에도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중처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중처법과 비슷하지만 ‘현장 책임자’ 처벌에 방점을 찍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치사에 대한 기본 형량은 1년~2년 6개월이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가중요소가 발견되면 2~5년까지 형을 선고한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중처법을 엄중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2022년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양형기준’에 따르면 중처법 위반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1~30년, 벌금 10억원 이하를 동시에 구형 가능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1~7년이나 벌금 1억원을 구형할 수 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사고에서 고용부도 근로자 안전을 위해 충분한 조처를 했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판매하는 아리셀이 위험물을 포함한 물질을 한 곳에 집적해 뒀는지, 정전기 발생을 방지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했는지 등이 중처법 적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대재해 전문가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먼저 규명해야겠지만 사고 발생에 안전 조처가 미흡했다면 ‘최고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중처법은 하급심 판결이 많이 축적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 범죄 양형기준을 토대로 중처법 사건 양형기준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처법 위반으로 대규모 사망사고가 벌어졌다면 검찰 구형을 기준으로 재판부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