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 호텔은 지난 2022년 12월 31일 문을 닫았다. 그런데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호텔 건물 2층에는 '힐튼 양복점'이 자리잡고 나홀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양복점은 2021년 2월 당시 힐튼 호텔과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들어왔는데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10년간 임차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힐튼 호텔을 인수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그동안 양복점 측과 건물 인도를 논의해 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이지스 측은 양복점 측을 상대로 법원에 건물 인도 조정을 신청했다. 첫 기일이 19일 서울중앙지법 6조정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지스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복점 측은 법무법인 YK가 각각 대리하고 있다.
이지스 측은 이번 조정에서 신속하게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재개발 사업이 지체될수록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지스 측은 2021년 12월 약 1조651억원에 힐튼 호텔을 매입했는데, 이 가격은 최근 5년간 서울 지역 상업용 빌딩 거래액 중 최고가에 해당한다.
반면 양복점 측은 힐튼 호텔 내 영업을 계속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복점 대표 이모씨는 "지난 2021년 입점 계약을 했는데 당시 힐튼 호텔이 팔릴 것이라는 것은 고지되지 않았다"며 "'힐튼' 이름만 믿고 평생 영업하려고 들어왔는데 (매각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건 힐튼 호텔 건물 안에서 '힐튼 양복점'이라는 이름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10년간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복점 측이 이지스 측과 합의에 이를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복점 대표 이씨는 "힐튼 호텔 내 계속 영업이라는 나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이지스 측은) 양복점이 지닌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했다. 합의할 만한 금전 보상이 제시된다면 양복점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