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운전자 바뀌치기를 시도한 혐의 등으로 트로트 가수 김호중(32)을 구속기소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사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김씨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사고 후 17시간 만에 경찰서에 출두해 수사 초기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김씨를 구속한 뒤 위드마크(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법) 공식을 적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0.031%로 특정했다. 도로교통법상 0.03%부터 음주운전으로 기소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역추산 계산 결과만 가지고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음주 수치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음주운전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 은폐에 가담한 소속사 이모(40) 대표는 증거인멸 교사, 이모(38) 본부장은 증거인멸 및 도로교통법 위반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씨 매니저 장모(38)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범인도피,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5월 9일 오후 11시4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도망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사고현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이 본부장과 장씨에게 전화해 사고 장소로 와달라고 했다. 소속사 대표와 이 본부장은 장씨에게 전화해 ‘김씨 대신 운전한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 본부장은 사고 장소에 도착해 김씨 차량 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했다.

이후 장씨가 사고 장소에서 김씨와 옷을 바꿔 입은 뒤 이 본부장과 관할 파출소에 방문해 허위 자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시각 김씨는 소속사 다른 매니저가 운전하는 카니발 차량에 타고 경기도 구리시 소재 모텔로 도망갔다. 이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도 소속사 관계자들이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조직적 사법방해로 인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과 입법 공백이 확인된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