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인공지능(AI)은 특허를 출원할 수 없다는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AI는 발명자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1심 판결도 같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미국의 AI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한국 특허청장을 상대로 “특허출원 무효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테일러는 2021년 5월 본인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의 발명품인 식품 용기와 구조용 램프 등 2개 제품의 특허를 출원했다. 발명자 이름은 다부스로 적었다. AI 스스로 지식을 학습해 창작한 결과물인 만큼 발명자 이름에 AI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특허청은 이듬해 2월 발명자를 AI가 아닌 사람으로 바꾸라며 테일러에게 보정 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테일러가 이를 거부하자 특허청은 다부스가 출원한 특허 2건을 무효 처분했다. 테일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테일러 측은 소송 과정에서 “출원인을 사람으로만 쓸 수 있다는 전제는 기술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허법이 AI 발명 행위를 예상하지 않아 법률 공백이 생겼으므로 특허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 없이 자연인만 기재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테일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허법 문헌 체계상 발명자는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분명하다”며 “발명자에겐 특허 권리가 귀속돼 권리능력도 있어야 하나 현행법상 AI는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독자적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부스 발명에도 상당 부분 인간의 기여가 확인된다”며 “AI 발명가 인정이 우리 사회 기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면서 테일러 측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