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영인(74) SPC 회장의 1심 재판을 위한 공판 준비 기일이 14일 열렸지만 15분 만에 끝났다. 공판 준비 기일은 유무죄를 가리는 본격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다음 공판 준비 기일은 오는 30일로 잡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4시 허 회장, 황재복 SPC 대표, 백모 홍보실장(전무) 등 SPC 관계자 18명과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 법인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 준비 기일에는 백모 전무와 전모씨 등 2명만 출석했다. 구속 수감 중인 허 회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날 공판 준비 기일은 약 15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재판 직전 일부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임했고, 송달 안 된 피고인이 있어 실질적 진행이 곤란하다”며 “그러나 앞으로 기일 진행과 변호인 측 준비 상황을 챙기기 위해 (이날 기일을) 연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인 측에 “증거 양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준비는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었다. 변호인 측은 “책 84권, 약 4만 쪽이 넘는 분량”이라며 “(공개되면 안되는 개인정보를 가리는) 비실명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려 마치기까지 며칠이 더 걸릴 듯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열람 등사된 부분을 미리 교부해주면 좀 더 신속한 검토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다음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예상컨대 다음 주에나 기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부터 기록을 검토하면 5월 30일 다음 재판까지 너무 촉박하다”며 6월 18일까지 의견 정리를 할 것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해당 사건은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기소됐기 때문에 추후 발생 할 수 있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기간 내 신속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세간의 관심이 많은 사건이라 행여 오해받지 않게 재판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당초 예정대로 오는 5월 30일 2차 공판 준비 기일을 열겠다고 했다.

이날 공판 준비 기일에서 황재복 SPC 대표 측은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황 대표 측 변호인은 “전반적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만, 일부는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며 “깊이 관여한 건 아니지만 반성하고 있고 나이가 많아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자세한 주장은 추후 의견서를 통해 밝히겠다고도 했다.

허영인 회장은 황 대표 등과 함께 피비파트너즈의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파리바게뜨회 조합원 570여명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따르지 않으면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한노총 측에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채용과 인력 관리를 맡는 업체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먼저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