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과대학(의대) 증원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 판단이 이번 주에 나온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정부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인용 시 증원은 물거품 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3개월째 지속한 의정 갈등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대법원에서 또 한 번 판단 받겠다는 계획이어서 법정 공방과 현장에서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가처분 심문 기일 당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는지 회의자료, 회의록 등 자료를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를 검토한 뒤 이번 주 안으로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의대생 등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날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 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자료를 냈다. 의료계와 협의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의료현안협의체는 보도자료 묶음을,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이번 주 법원이 내리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내년도 의대 증원 여부가 결정된다. 대학교들이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정원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각하'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각', 의대 증원 집행을 정지하는 '인용' 중 하나로 결정된다. 이번 사건 1심 결정은 각하였다. 부산대 등 전국 5곳 의대생들이 각 대학 총장과 국가,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을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등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모두 기각이나 각하로 판단했다.
이전처럼 각하나 기각으로 결론 나면 정부 계획대로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 이때 의료계는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에 재차 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데, 재항고 절차를 밟더라도 대학교 정원이 확정되는 이달 말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재항고하면 서울고법에서 관련 서류를 심사해 대법원에 이송해야 하고 대법원에서도 배당이 이뤄진 후 사건을 검토해서 최소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인용'으로 결정이 뒤집히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서 대법원판결을 신속하게 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항고 절차와 대학 모집인원 정원 확정에 따른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어려워진다. 본안 소송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법조계는 기각·각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현직 판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 행정처분에 사법부가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처분에서는 교수나 의대생 등이 원고 자격이 없다는 '원고 적격성'을 문제 삼아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항고심에서도 원고 적격성과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근거가 쟁점이 될 텐데 증원 근거가 빈약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가 개최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가 결정한 숫자이고, 이를 복지부 장관이 보정심에서 일방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해버렸다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