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등지에서 빌라·오피스텔 수백채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숨진 정모씨 사건의 배후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신모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 약 80억원을 가로챈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신모씨가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무자본 갭투자는 주택 매매와 동시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대금보다 전세보증금을 높게 설정해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사는 방식을 말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원심 판단에는 사기죄에서 고지 의무나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이같이 선고했다.

신씨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에 명의를 빌려준 집주인들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임차인 37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약 8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그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제주에서 돌연 사망한 정모씨 등 이른바 ‘빌라왕’의 배후에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 사건 범행의 한 원인이 됐다는 주장은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부동산 정책에 일정한 문제가 있다더라도 그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한 피고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피해 발생의 한 원인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과 같은 이른바 무자본 갭 투자자를 소개하는 사람이 없다면 애초에 성립하기가 어렵다”며 “설사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들을 기망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범행에서 피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로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도 징역 8년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공범들 사이에 모의 과정이 없거나 일부는 서로 직접적인 연락을 한 바가 없어 당사자로 나서지 않았더라도 공모 관계에 따라 경제적인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를 형성해 임차인 피해자들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 후 보증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신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8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