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 서비스 운용업체 ‘델리오’./델리오 페이스북

245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출금을 예고 없이 중단해 논란이 된 예치 서비스 운용업체 델리오 채권자들이 파산 절차를 밟아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델리오 이용자를 대리해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던 법무법인 로집사는 이르면 5일 서울회생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델리오는 이용자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맡기면 이를 다른 곳에 예치·투자해 이용자에게 최대 10%에 이르는 이자를 얹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회사는 외부 트레이딩 업체에 가상자산을 맡기거나 자체 알고리즘에 기반한 차익거래로 이용자가 맡긴 자산을 운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14일 돌연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입출금을 중단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델리오 대표 정씨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45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로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가상자산은 외부 트레이딩 업체에 맡겼으나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입출금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용자 90명은 대리인을 선임해 지난해 6월 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4일 기각됐다. 법원은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지 않고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게 채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위탁받은 자산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방식의 기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신사업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사업자가 고객에게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별도로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델리오는 실제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다른 곳에 예치하거나 외부 트레이딩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갔는데,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불가능해진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회생은 기업의 채무를 일정 부분 유예하거나 면책해 운영하는 것이 청산한 뒤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것보다 낫다고 평가돼야 한다”며 “델리오는 파산으로 (남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나눠주는 방향이 더 낫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신청이 기각되면 채권자나 사업자가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 델리오는 신규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라 채권자 측이 행동에 나섰다. 법원은 파산선고를 하면 가상자산을 비롯해 각종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후 이를 채권자에게 분배한다. 채권자에 따르면 델리오 측은 회생사건 심문기일 당시 먹튀 논란이 불거진 ‘2450억원의 30% 수준인 730억원의 재산이 있다’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는 채권자들이 델리오에 맡긴 돈을 일부라도 되찾을 유일한 선택지가 파산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산 절차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경영 정상화가 불투명하고 민사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 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다”며 “파산 외에 다른 길은 마땅치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채권자들을 대리하는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변호사는 “100% 파산선고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2450억원이) 출금정지 된 상태에서 회생과 파산 모두 아니라는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며 “파산이라는 게 얼마 남지 않은 자산을 공정하게 채권자에게 나누는 절차라서 임의 변제보다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

델리오는 사업을 재개해 채권자들에게 변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채권자들에게 ‘델리오 채권자협회’에 가입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업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면서 파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원은 델리오 직원이 2명인 데다 사업 추진 시 투입되는 자금 등을 고려하면 청산했을 때의 가치가 높다고 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