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출마를 선언했던 대형 로펌 출신 법조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로펌에서 근무하다 이번 선거에 뛰어든 변호사 4명 중 공천을 확정한 건 단 1명(15일 기준)으로, 3명은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변호사로 직업을 등록한 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는 총 133명이다. 이들 중 정계 진출 경험이 없고, 후보 등록 직전까지 대형 로펌에 출근하며 근무하다 퇴사한 뒤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단 4명이다. 과거부터 로펌에서 정계로 직행하는 변호사들은 다수 있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로펌이 입법 컨설팅도 하는 만큼, 출마가 득(得)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22대 총선을 앞두고는 국내 10대 대형 로펌 중 법무법인 세종에서 가장 많은 현직 출마자가 나왔다. 고석(64·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와 백대용(50·31기) 변호사, 배태준(43·37기) 변호사 등이다. 이들 중 고 변호사만 유일하게 단수 공천을 받아 국민의힘 경기 용인시 병 후보로 출마한다. 그는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등을 지냈고 국방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7년 세종에 합류한 백 변호사는 입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세종에서도 입법전략자문그룹을 이끌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천 연수을 예비 후보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지난달 컷오프됐다. 배 변호사는 세종에서 공정거래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인천 남동을에 출마를 선언했고 경선을 앞두고 있었지만,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면서 경선을 포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는 소속 변호사 1명이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2년 9월 태평양에 합류해 형사와 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대표를 지낸 노승권(59·21기) 변호사다. 그는 2017년 대구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끝으로 20여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태평양에서 근무하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총선으로 직행하는 변호사들의 사례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손금주 전 의원은 2008년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이후 약 8년간 근무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당 나주·화순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임기를 마치고 다시 율촌에서 활동하다 민주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경선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의 영입인재 8호로 정치권에 입문해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소영(38·41기) 민주당 의원은 김앤장 출신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김앤장에서 근무했던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경기 의왕과천 단수 공천을 받았다. 21대 국회 초선 의원을 지낸 김한규(50·31기) 민주당 의원은 2005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이후 16년간 M&A 등 분야에서 활동하다 지난 총선에서 제주을에 당선됐고, 이번에 재선을 노린다.

나경원(61·24기)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22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고문변호사로 합류해 활동하다 이번 총선에서 단수 공천을 받아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로 출마한다. 같은 로펌 소속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 2020년 대륙아주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경선에서 나섰지만, 패배했다.

한편 현직 판검사로 근무하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들 다수도 탈락의 아픔을 경험했다. 5명 중 이성윤(62·23기)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전상범(45·34기)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딱 2명만이 컷오프 칼날을 피했다.